장한 어머니.
지난 2월 9일 졸업식이 열린 경산 하양 무학고등학교(교장=이병희)는 장애인 아들을 6년 동안 뒷바라지한 어머니의 사랑으로 잔잔한 감동이 울려퍼졌다.
3학년 7반 강영극군의 어머니 안정임씨는 중학교 졸업식에 이어 이번 졸업식에서도 「장한 어머니상」을 받았다.
졸업식장은 지체장애 1급으로 중·고등학교 6년 과정을 끝까지 마친 강영극(요한·22)군과 어머니 안정임(루피나·52)씨에게 보내는 뜨거운 박수로 넘쳐났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지난 92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영극군. 그가 보통의 아이들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 데는 무엇보다 어머니 안씨의 노력이 컸다.
뇌를 다쳐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어린 아들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뼈를 깎아내는 듯한 힘든 재활치료로 고통받는 아들을 지켜보면서 당장이라도 그만두게 하고 싶었지만, 이를 악물고 아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줬다. 2년간의 치료 후 영극군은 서툴지만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조금씩 발걸음을 뗄 수도 있게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안씨는 조금더 욕심을 냈다. 정상인들과 어울려지내는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특수학교 대신 무학중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아들의 손과 발이 되기로 마음먹고, 늦깎이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 6년간 병원치료 받을 때를 빼고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영극군과 함께 등교했다.
수업시간 동안 차안에서 기다리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다음 수업준비를 준비해주고, 화장실도 데려다주며 언제나 아들의 곁에서 함께 했다.
영극군 뿐 아니라 엄마가 없는 학생들에게도 생일선물을 챙겨주는 등 따뜻한 사랑을 나눠줬다. 영극군과 함께 중·고등학교 2번의 수학여행도 다녀왔다. 힘들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느 아이들이 갖는 설레임과 기대를 지켜주고 싶어서였다.
『사고를 당한 것은 영극이의 잘못이 아닙니다. 장애를 가졌지만, 떳떳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요. 힘들면 잠시 쉬었다가 또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영극군은 또다른 시작에 도전한다. 대구대 미대 회화과에 합격, 올봄 대학 캠퍼스에 첫발을 내딛는다. 미대를 간 것도 어머니 안씨의 영향이 컸다. 떨리는 손으로 서툴게 붓을 잡은 아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희망을 심어줬다.
대학에 가서도 언제나 영극군의 곁에 있겠다는 안씨는 『그림으로 성공하기보다는 앞으로 계속 미술을 공부하면서 영극이가 삶의 의미를 찾았으면 한다』며 작은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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