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성지 배론에서는 원주교구 제62차 ME 주말이 실시되는데 필자는 61차에 이어 두번째 주말 봉사를 하게 된다. 많지는 않지만 ME 주말을 수강하고 몇 번의 봉사를 통해 정말로 우리 한국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 중의 하나가 바로 이 ME 교육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모든 부부들이 다 같이 사랑과 행복의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부가 그 길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이유 중의 하나가 「사랑을 실천할 구체적 방법의 부재」와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ME 교육은 이러한 문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평범한 부부들에게 그들이 진정으로 만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 주는 교육이다. 그러기에 처음에는 불평하던 수강생들도 점차 교육이 진행되면서 ME 교육이 가지는 장점을 이해하고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변화되기도 하고, 그 중의 몇몇 부부들은 교육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평생 ME 교육의 현장 속에서 살고픈 욕구를 피력하기도 한다.
물론 그들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가 얼마나 부질없다는 것과 「특별한 한 순간의 감동이 일상의 삶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삶 속에서 정말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부부 사이의 갈등이 있을 때 ME 주말 때 경험했던 그 특별한 경험은 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힘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오늘 사순 제 2주일을 지내면서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사건을 보게 된다.
이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에 나오는 소재들은 하느님이 옛날 시나이산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실 때에 나오는 소재와 비슷한 것들이 많이 있다. 「산」과 「구름에서의 소리」「동반자 3명」등이 그것인데 이것의 의미는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과 같은 초월적 존재라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리고 「모습이 변하다」「옷이 빛나다」등은 묵시문학의 종말 서술에서 빌어온 소재로 이는 예수님께서 종말을 앞당겨 사신 종말론적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하는 소리. 여기서 아들은 이스라엘과 유다의 왕정시대 하느님이 새로 즉위한 임금을 양자로 삼아 내 아들이라 하셨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고, 사랑하는 아들이란 표현은 외아들과 같은 뜻이다. 왜냐하면 히브리어 「야히드」는 「사랑하는」이라는 뜻과 「유일무이한」이란 두 가지 뜻을 가진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표현은 예수님과 하느님이 가지는 유일무이한 부자관계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그리고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사 42, 1)이란 표현은 단순히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 아니라 하느님이 일정한 사명을 부여하려고 선택하셨다는 뜻이다. 즉, 이사야 42장 1절은 야훼의 종에 관한 노래인 만큼 예수님은 바로 저 신비스런 인물인 야훼의 종과 같은 분이요 그러한 사명을 띠신 분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결국 오늘 예수님의 변모 사건은, 하나의 시현 사화로서,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통해서 그 분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특별한 사건이었다.
아마 이러한 특별한 사건은 제자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베드로 사도는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그들이 받은 감동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그러한 특별하고 영광스러운 체험의 순간이 아니라 박해와 죽음이 기다리는 냉혹한 현실이라는 사실, 즉 변모사건과 같은 참으로 신비스런 체험은 생활 속에서 지속되는 삶이 아니라 「의미로만 남을 수 있는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
공관 복음을 보면 한결같이 이 변모 사건을 예수님의 수난과 연관시키고 있고 변모사건을 전후해 예수님이 당신 수난을 예고하시는 것도 아마 이러한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일 것이다.
때문에 오늘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보여준 특별하고도 신비스러운 변모 사건의 목적은 제자들의 믿음을 굳게 하려는데 있을 것이다. 박해와 고난 앞에서 오늘 본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가짐으로써 고난을 이겨내라는 요구가 이 변모사건의 의미인 것이다. 마치 이혼의 위기 앞에 선 가정이 연애시절의 뜨거운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우연히 발견된 한 장의 편지나, 사랑의 서약으로 주고받은 결혼반지가 현재의 갈등에서 다시 일치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듯 말이다.
사순절을 막 시작한 지금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을 떠올리면서, 우리도 나의 삶의 변화를 통해 타인에게 힘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체험의 순간을 오늘 우리 삶의 자리에 꾸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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