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스물 여덟인 이일호(경기도 군포시)씨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환자다. 나무랄 데 없이 건강하던 그는 98년 10월 군제대 후 갑자기 발병한 이후 지금까지 한창 일하고 공부해야 할 나이에 투병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다.
『친구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한계단씩 올라가는데 저는 아파서 누워있어야 하는 사실이 가장 답답하고 가슴이 아파요. 어머니께서는 제 병원비를 위해 밤낮 공장에 다니시며 돈을 버시는데 저는 가족들에게 고생만 시키고…』
이씨의 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백혈병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백혈구 생산조절기증을 잃어버려 발생하는데 유일한 치료 방법은 바로 골수이식. 발병 이후 1년 이내 수술할 경우 완치율이 거의 100%에 이르기까지 한다.
따라서 이씨는 발병 사실을 알고난 직후 가톨릭조혈모세포정보은행에 등록하고 골수기증자를 기다렸다. 골수를 이식하기 위해서는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아야 하는데 이 확률은 수천 혹은 수만명 중 한 명꼴. 다행히 2000년 2월 조직이 맞는 세 명의 기증자가 나타났다. 그러나 청천벽력과도 같이 이들이 기증 의사를 포기하는 바람에 이씨의 마지막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기증을 희망했던 이들을 찾아 하소연이라도 하면 들어줄 것 같았지만 정보은행의 방침상 이들의 신원에 대한 어떠한 사실도 알 수가 없었다. 점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했지만 이씨와 그의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일본, 대만의 골수이식재단에 검사비 수천달러를 들여가며 다시 기증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이식이 가능한 기증자는 찾을 수 없다.
『안타까운 심정이요? 물론 기증이 어려운 결심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실 거예요. 게다가 발병 후 시간이 흐를수록 이식 성공률은 급격히 떨어지니 세월이 갈수록 막막한 마음만 더하죠』 한편 이씨의 어머니 원희식씨는 『헌혈과 같은 일인데 아직도 일반인들의 골수기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죽을 수도 있는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제발 많은 이들이 사랑을 나누어 주셨으면 한다』고 울먹였다.
■ 골수기증 방법과 절차
18~45세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2주일내 원상회복 … 헌혈과 유사
골수(조혈모세포)기증은 18~45세의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골수정보은행 등에 기증을 신청하면 우선 7cc정도의 혈액을 채취해 조직형 검사를 하고 데이터를 저장해 둔다. 기증희망자와 조직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생기면 기증의사를 재확인 한 후 다시 정밀한 신체검사를 하고 골반뼈에서 주사로 전체 골수의 5%정도를 채취한다.
기증자는 수술 당일이나 전날 입원해 골수를 제공하고 나면 당일이나 다음날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으며 이때 정상적인 활동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채취한 양 만큼의 골수는 2주일 내에 다시 생성되는데 헌혈과 같다는 점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채취 방법만 다를 뿐이다.
골수이식은 많은 백혈병 환자들이 소생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으로 삶에 있어 가장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골수기증 희망자들의 신분과 조직형 검사 등의 기록은 철저하게 비밀 보장한다.
※문의=가톨릭조혈모세포정보은행 (02)590-1150,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02)3779-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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