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가 그랬던가. 달동네에는 달이 없고, 산동네는 산이 없다고. 서울 신림10동 산동네에 위치한 무의탁 노인들의 쉼터 「사도들의 집」 박군자(미카엘라·54) 원장을 보노라면 가난이 빼곡이 들어선 그곳에도 희망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박원장은 그의 딸 성현(가브리엘라·22), 승현(라파엘라·20)과 양아들 상연(바오로·37)씨, 그리고 18명의 무의탁 노인을 거느린 대식구의 가장이다. 오갈데 없는 노인들과 더불어 사는 지금의 삶은 예수님께서 사셨던 것처럼 살기 위해 그가 선택한 삶. 박원장이 예수님을 닮아가려는 이유는 끊임없이 베풀어주는 그분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내가 노력해서 먹고 사는 거지, 하느님이 어디 있냐』며 철저하게 신을 외면한 무신론자였던 박원장. 그러나 알코올 중독자였던 남편이 병을 얻고 가정이 무너지면서 얻은 신앙, 그 신앙의 힘이 오늘의 대식구를 거느린 박원장을 있게 한 것이다.
18명의 노인들과 함께 박씨가 얻은 새 가족은 양아들 상연(바오로·36)씨다. 「사도들의 집」을 이끌어가는데 가장 큰 힘이 되는 상연씨는 박원장이 남편의 건강 악화와 생활고로 고된 삶을 살 때 위로를 얻기 위해 찾았던 「요한의 집(현 이냐시오의 집)」에서 만났다. 고아로 자라 엄마의 사랑에 굶주려 있는 상연씨를 보면서 못내 마음이 아팠던 박원장은 그의 엄마가 되길 자청했고, 하느님 사업을 함께 해나가기로 한 것.
「사도들의 집」의 생계는 박원장과 지금은 독립해 나갔지만 그의 딸 승현, 성현씨와 상연씨가 이른 새벽 1200여 가구 우유배달을 하며 번돈 300여만원으로 꾸려간다.
새벽1시 우유배달로 하루를 여는 박원장은 6시까지 배달을 끝내고 대식구 아침준비, 청소하다보면 해가 언제 지는지조차 모르고, 잠자는 시간이 2∼3시간밖에 안될 정도다. 고된 생활의 연속이지만 박원장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거동도 못하던 노인들이 이곳으로 와 걷기도 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면 힘이 솟지 않을 수 없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들이 그림자 없이 밝게 자랐고, 하느님이 늘 든든한 후원자로 곁에 있기에 웃지 않을 수 없단다. 그리고 아무런 말없이 도움을 베풀어주는 요셉의원 선우경식 원장, 10년째 매주일 노인들의 목욕봉사를 맡아주는 시흥동본당 빈첸시오회원들, 엄마의 뒤를 잇겠다는 큰딸이 있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즈음 그녀의 근심은 양아들 상연씨의 건강. 당뇨합병증으로 일주일에 두세번씩 투석을 하면서도 우유배달을 함께 나서는 그가 하느님 곁으로 빨리 가버릴까 늘 걱정이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시련을 겪어온 박원장이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신앙인들이 쏟아부은 독설이다. 노인들과 함께 사는 삶, 상연씨와의 관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내뱉은 무성한 말들…. 진실이 아니었기에 이젠 흘려버릴 수 있는 지나간 옛 이야기란다.
박원장은 『곡절 많은 힘겨운 삶을 살았지만 신앙 덕분에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게됐다』며 하느님 제대로(?) 믿으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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