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성체수도회의 수도생활은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극진한 사랑과 봉사의 정신에서 이어진다. 수도생활을 뒷받침하는 가장 근본적인 영성은 성체성사의 나눔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내어 주신, 또한 우리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의 그 모습이 수도생활의 표양이 된다. 당신의 살과 피를 나누어주시는 성체성사를 통해 요구호자(要求護者)를 구원하시고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예수의 사랑, 이것이 바로 인보정신이다.
즉 인보(隣保)정신은 모든 인간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행복을 공유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나 환자들을 물질로써만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정신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누군가를 돕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무엇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앞에 무릎꿇고 발을 씻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가진 것의 여분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를 주인으로 받들어 돕는다. 더불어 그들의 인격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것이 인보사상의 핵심이다.
발을 씻어줄 대상은 도움을 필요로하는 모든 사람들이 된다.
▲ 인보성체 수도회 초창기 회원들이 신자들에게 구호물자를 분배해 주고 있다(1962).
윤을수 신부는 사회사업은 복음에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사업 그 자체라고 생각했고 사랑이 있는 진정한 신앙생활을 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윤신부는 무료급식, 양로·보육원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소규모 시설 위주의 자선사업적 사회사업에서 벗어나, 인권의식의 발전과 더불어 생활력이 없는 이들이 국가 등을 통해 생활력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내포하는 적극적인 사회사업으로 나아갈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특히 우리 민족에게 복음말씀을 들려주지 못하는 것은 성직자와 수도자의 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것을 보충하기 위하여 급선무로 필요한 것이 전교사업을 보조할 수 있는 사회사업가 또는 전도사의 양성기관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러한 견지에서 사회사업을 전교의 보조사업의 위치에 두면서 이를 실천할 기구를 조직하고자 하는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생각을 보였다. 윤신부는 이 과제를 교황청 본부 천주교 사회사업 국제연합회에 호소했고, 1956년 한국 최초로 사회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구산후생학교를 설립하게 됐다.
윤을수 신부는 수도생활의 규칙을 마련하면서 특히 수도자의 잘못된 특권의식을 버리도록 했고, 수도복이나 규칙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복도 굳이 입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수녀들의 바람으로 수도복을 마련하게 됐다. 또 회원들 서로간에는 「언니」라고 호칭하여 한국적이며 가정적인 분위기 안에서 서로 지내게 했다. 이는 당시 수도자들에게는 획기적이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