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나누는 것은 생명을 나누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흘리신 피로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생명의 피를 나누는 헌혈은 주님의 사랑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입니다』지난 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기념해 한국교회가 벌인 「헌혈운동」은 당시 헌혈을 꺼리던 분위기 속에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89년 7월 17일 열린 헌혈잔치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4909명의 신자가 헌혈에 참여했고 그 해 전국의 본당을 중심으로 헌혈한 신자들이 무려 4만명을 넘는 대대적인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비해 현재 신자들의 참여는 현저히 줄어들어 헌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교회의 각종 교육, 홍보활동이 요청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헌혈사업기관인 대한적십자사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전국 본당의 25% 정도만이 헌혈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숫자도 미미해 지난 한해 본당을 통해 헌혈한 신자들은 불과 5000명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의 헌혈자는 지난 89년 100만명에서 2000년 250만명으로 증가했지만 본당이나 교회 학교, 단체 등의 헌혈자는 89년 4만7303명, 90년 1만6218명, 92년 1만4199명, 94년 9986명에 이어 2000년 현재 5605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전반적으로 헌혈자가 감소하는데 비해 의학기술 발달, 대형사고 증가 등의 요인으로 헌혈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지난 몇달간은 채혈량이 수요의 50%대에도 못 미쳐 일부 병원에서 수술을 연기하는 비상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헌혈 실태는 고교생과 군인 등 10대, 20대의 단체 헌혈자가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이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혈뿐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혈소판 헌혈 또한 중요성을 미루어볼 때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헌혈은 여느 장기기증과 같은 생명나눔 운동인 동시에 장기기증을 보다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또다른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장기기증은 사후에 이루어지고 실행가능성도 미미해 자칫 선언적인 의미만을 남길 수 있는 반면 헌혈은 즉각적인 결단력을 요구하며 생명의 나눔을 여러 차례 몸소 체험하게 한다. 헌혈 과정에서 장기기증에 대한 결심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기증의 실천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점에서 헌혈은 「장기기증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김명희(로사) 부장은 『헌혈을 통해 생명 나눔의 의미와 기쁨을 보다 절실하게 맛볼 수 있고 이는 더 큰 사랑의 실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헌혈이 장기기증운동에서 지니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혈액은 현대 의학기술로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으며 장기이식 수술을 비롯한 대부분의 수술과 치료에서 혈액의 공급은 필수적이다. 건강한 성인의 혈액량은 4500~5000cc인데 이중 90%만이 신체활동에 쓰이고 10% 정도는 잉여량이므로 320cc 정도를 헌혈하는 것은 건강상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의=(02)774-3488, 727-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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