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주교좌 성당(주임=백남용 신부)은 3월 4일부터 25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6시30분 사순절 특강(4회)을 개최한다. 본지는 사순절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이번 명동 사순절 특강을 연재할 계획이다.
드라마(Drama), 희랍어원을 가지고 있는 이 단어는 연극, 희곡(戱曲) 등의 의미로 설명된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마치 자신도 그 속의 한 인물로 착각하여 희로애락을 공유한다.
성서를 드라마적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는 성서적 사건들이 내 삶 속에 재현되어 새로운 체험으로, 내가 같이 참여했던 사건으로 되씹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사실 성서는 드라마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천지 창조 설화로부터 시작하여 인간 창조의 이야기, 인간의 범죄사, 노아 홍수, 아브라함의 방랑에서 그 자손들의 에집트로의 이주(移住), 그리고 그 절정인 출애굽과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는 내용…. 이루 말할 수 없는 드라마들로 가득하다.
모세오경뿐 아니라 예언서들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사순절의 예언자라고 일컫는 예레미아서나 또는 사랑의 예언자인 호세아서를 읽어보면 실감이 난다.
예수님 생애의 마지막 부분은 한편의 드라마이다.
특히 성주간은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이다. 예루살렘 성에 나귀를 타고 입성하실 때 사람들이 종려나무를 흔들며 옷을 길에 깔고 만세를 부르던 것에서부터, 결정적으로 백성의 지도자들과 갖는 갈등과 충돌의 크레센도, 그리고 그들의 흉계대로 잡혀서 십자가상에 처형되심, 사흘만에 부활하심 등등 모두가 숨쉴 틈을 주지 않는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전례 안에서 재현되는데 그 시작은 재의 수요일이다. 멀쩡한 사람들 보고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라며 귀한 이마에 재를 뿌린다. 그리고 사순절 내내 절제와 인내를 요구하고 화해와 사랑을 강조한다. 금요일마다는 단식과 금육을 강요한다.
성 목요일에 드디어 드라마가 고조되기 시작한다. 저녁에 최후의 만찬 미사를 하면서 예수님과의 마지막 식탁에 둘러앉은 사도들이 되어본다. 그리고 식사 후에 올리브 동산으로 가서 기도하시는 예수님 옆에서 졸기도 한다.
우리 중 한사람은 스승을 팔아서 돈을 벌고 예수님은 잡혀가신다. 밤새 심문을 당하신 것을 생각하며 우리도 성체 현양 제대를 마련하고 밤새워 기도한다.
마침내 성 금요일이 되고 주님은 사형 언도를 받아 십자가의 길을 가신다. 우리도 그 길을 마음속에 그려놓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친다.
오후 3시에는 예수님의 숨지심을 생각하며 주님 수난 예식을 한다. 장엄한 수난복음 봉독은 이 드라마를 더욱 실감나게 만드니, 교우들도 백성 역할을 맡아서 『죽이시오,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시오!』하고 외친다.
그리고 그분을 장례지내고 성 토요일엔 쉰다. 마침내 토요일 해가 지면 촛불을 들고 모여와서 부활 성야 예식을 하며 부활을 알리는 『알렐루야』를 노래한다. 그러면 부활 종이 우렁차게 울린다.
잘된 연속극은 한번 빠지면 계속 본다. 예수의 드라마에도 그렇게 빠져볼 필요가 있다.
예수의 드라마는 우선은 직접 나의 구원과 관계된 드라마요 또 긴장감도 충분히 높다. 그러나 아무리 드라마의 소재가 그렇다 하더라도 출연자들이 시큰둥하면 감동적일 수 없다.
그래서 전례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정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거기에다 관객이 아니고 공동 출연자로서 모든 이들이 함께 참여하면 박진감이 더해진다. 올 사순절과 성주간에는 모든 신자들이 이 예수의 드라마에 한번 푹 빠져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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