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장면 가운데 하나가 묵주반지나 묵주를 들고 묵주기도를 바치는 여성신자다.
신앙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누구를 기다리거나 시간의 여유가 날 때 습관적으로 나타나는 그 사람의 모습을 살피는 일이다.
이데레사(56)씨도 짬이 날 때마다 묵주를 꺼내드는 신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묵주기도를 바치다 보면 마음의 분심이 사라지고 평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묵주기도는 바로 내 생활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많은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이는 단지 시간 때우기식이 아닌 정성과 마음을 담은 묵주기도야 말로 신앙적인 안정감과 평화를 얻는데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열심한 신자들은 어느 곳에서든 묵상 중에 묵주 기도를 바치게 된다.
신자들에게 가장 친근한 기도중의 하나인 묵주기도의 기원은 초기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교인들 사이에는 자신을 신께 바친다는 의미로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쓰는 관습이 있었다. 이것이 초대교회 신자들에게 전해져 기도 대신 장미꽃을 봉헌하곤 했다.
특히 박해 당시 신자들이 콜로세움에 끌려가 사자 먹이가 될 때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는 의미로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썼는데 이것이 오늘의 성모님께 장미꽃다발을 바치는 의미의 묵주기도로 자리잡게 됐다.
묵주기도를 통해 신자들은 은총 안에서 더욱 성장하며 영원한 생명에 합당한 이가 되는 은총을 입게 된다.
『살아있을 때와 죽을 때에 하느님의 빛과 은총의 풍부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모든 성인의 공로를 나누어 받을 것』이며, 『사랑하는 자녀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자매가 될 것』이라는 것이 성모 마리아의 약속이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바치는 기도로 자리잡은 묵주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수난, 부활 등 구원사를 요약한 환희·고통·영광의 신비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묵주기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고 따르는데 있음을 새겨야 할 것이다.
보통 요일별로 신비를 정해 각 신비에 따라 바치지만 전례적인 의미는 없다. 신비를 외우지 않고 각자의 지향을 두고 기도를 바치더라도 그리스도의 구원사에 해당하는 부분을 묵상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면 무방하다.
간단하지만 심오한 신비를 담고 있는 묵주기도를 얼마나 깊이 묵상할 수 있는가는 자신의 생활을 얼마나 정성껏 묵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젊은 신자들 사이에서 묵주가 차나 집안 등지에 걸어놓는 장식품이나 핸드폰 고리, 반지 등 기념물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는 것 같아 달라진 세태에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성물이라는 인식을 갖고 신자임을 드러내며 신앙심을 위한 것이라면 좋지만, 단순히 부적이나 장식물처럼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예수의 일생에 대한 묵상을 통해 하느님 안에서 온 인류와 함께 은총을 나누는 기쁨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묵주기도.
이 기도가 삶이 될 때 작게는 가정에서 사회, 나아가 온 인류를 일치시키는 하나의 도구가 돼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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