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로부터 받는 고해성사는 사제 개인적인 권한이 아니라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권한으로 죄의 용서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고해성사가 2000년 전부터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이어져 내려온 것인가? 오늘날과 같은 고해성사 거행 방식, 즉 사제와 죄인이 다른 사람이 없는 은밀한 곳에서 단 둘이 죄를 고백하고 용서하는 방식은 사도시대는 물론 그 이후 몇 세기 동안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또한 고해성사라는 용어 역시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았다.

용어의 변천

고해성사(告解聖事)라는 용어는 사도시대부터 현재까지 여러 가지 용어로 불리웠다.

신약성서에는 마음과 영혼의 변화, 전적인 회개(마태 4, 17마르 1, 15)를 지칭하기 위해 「메타노이아(metanoia)」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초대교회 문헌에는 공적 참회의 전 과정을 지칭하는 말로 「엑스놀리오게세스(exnoliog heses)」라는 용어를 발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참회의 성사(Sacrament um paenitentiae)」라고 많이 불리웠는데 이는 하느님께 대한 감정과 마음의 변화를 강조했다.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에는 죄의 완전한 표명, 즉 사제 앞에서 죄를 용서받기 위해 세례 후 범한 죄들을 고백하도록 강조, 「고해성사(Sacramentu m confessionis)」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됐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초대와 죄인의 회개, 만남과 대화를 강조하여 「화해의 성사(Sacramentum reconciliationis)」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됐다.

한국교회에서는 「고해성사」를 1967년에 고백성사로 바꾸었으나 「고해」라는 말이 이 성사의 뜻에 맞다고 보아 다시 「고해성사」로 바꾸었다.

성사의 발전

사도시대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해성사의 발전과정을 초세기∼5세기, 6∼12세기, 13세기∼트리엔트 공의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1) 초세기∼5세기

이 시기의 죄의 용서는 법적이고 공개적으로 이루어졌고, 고백행위 자체보다는 참회하는 행위가 중요시됐다. 즉 중죄를 지은 죄인은 정해진 기간동안 공개적으로 속죄의 행위를 해야 용서를 받을 수 있었다.

정해진 기간 동안 교회가 요구하는 대로 엄한 극기와 참회행위를 실천한 죄인에게 주교가 안수를 실시하면서 장엄하게 화해예절을 거행했다. 주교가 거행하는 이런 화해예식을 받아야만 죄를 용서받고 다시 교회 공동체 안에 받아들여졌다.

대죄는 일생에 단 한번만 용서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또 다시 대죄를 범하면 다시 용서받을 길이 없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널리 전파되면서 법적 참회는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되고 참회기간도 단축되면서 벌이 감소되었으며 참회의 기회가 여러번 허용되기도 했다.

2) 6∼12세기

6세기에 이르러 사적 고백과 용서가 수도자들에게서 시작됐고, 고백을 무한정 반복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참회성사가 개인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었다.

「보속록」에 의해 고해자의 조건에 맞는 규정된 보속이 부과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과된 보속에 대해 「대치」와 「대신제도」 때문에 성사가 더욱 남용, 오용되기 시작했다. 「대치」「대신제도」란 보속을 금전 또는 미사를 봉헌함으로써 대신하고, 심지어 다른 사람을 사서 대신케 한 것이다.

공개참회는 13세기까지만 존속됐으며 제4차 라테란 공의회(1215년)에서는 신자들은 적어도 1년에 한번 고해성사와 영성체를 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이 시기의 특징은 성사 절차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고백-보속-사죄 순으로 진행되던 것이 6세기 말엽에 와서 고백-사죄-보속의 순으로 되었다.

3) 13세기∼트리엔트 공의회

이 시기의 고해성사도 여전히 개인적이고 비공개적인 것이었다.

「대신 보속」을 하는 행위로 인해 참회성사의 의미가 상실되기도 했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고해성사에 대한 분명한 교의를 천명했다.

또한 고해성사의 쇄신에 중요한 공헌을 하게 될 일련의 운동 즉 보다 훌륭한 성직자 양성, 성사의 오용과 남용을 제거하려는 법규들 등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참회자의 행위와 교회의 제도에 관계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완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4)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이 시기에는 죄와 참회의 공동체적 차원을 강조하면서 고해성사를 활성화시키는 더욱 역동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고해성사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예절과 기도문이 개정돼야 함을 지적하였다. 신자들의 고백의 빈도가 감소하고 고백을 앞두고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해성사의 표징이나 내용과 의미에 대해 개혁을 단행키로 했다.

고해성사 개혁의 필요에 대한 대답은 1972년 6월 16일 공동 사죄에 관한 사목 규범이 반포되었고, 1974년 2월 7일 새 고해성사 예식서가 공포됐다. 이 예식서에서 강조된 점은 죄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조화, 우정, 순종, 사랑의 관계를 깨뜨리고 화해는 이러한 상호 인격적인 이해로부터 얻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