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께서는 제일 중요한 순간에 사랑의 새 계명을 주신다. 즉, 누구나 죽기 전에 후손들에게 제일 중대하고 진실한 것을 남겨 주신다.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 34~35)
이와 같이 예수님께서도 제일 중대하게 생각하시는 사랑의 새 계명을 마지막 엄숙한 순간에 주시기에 우리는 의식적으로 또한 계획적으로 말씀하신 예수님의 그 심정을 잘 알아듣도록 해야하겠다. 사랑의 새 계명이야말로 새로운 완덕이며,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새롭고 유일한 최고의 계명이다. 이웃을 사랑하되(마태 22, 39)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데에 머물지 말고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처럼 사랑하라는 바로 그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는 말씀만으로는 아직 사랑의 새 계명이 아니다. 거기에 이어지는 말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사랑하여라』 바로 여기에 참되고 새로운 사랑의 방법이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 계명이 얼마나 중대하고 절실한지, 또 예수님께서 얼마나 고귀한지 그것을 당신의 계명이라 부르시며 『이 계명을 지키는 것』이 「님」의 절친한 친구의 태도라고 그 특성을 말해주고 있다.
예수님의 사랑은 아흔 아홉 마리 양을 버려 두고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으러 나서는 착한 목자의 사랑이며(루가 15, 11~32), 의인이 반역자 인간을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는 어리석은 사랑이다(1고린 1, 22~23).
예수님의 사랑은 절대로 이웃 사촌이 땅을 사면 갑자기 배가 아파서 앰블런스로 여의도나 강남 성모병원 응급실에 가서 몰핀 주사를 한 대 맞아야 낳는 것이 아니고, 요즘 같으면 양주 로얄 샬루트나 발렌타인 30년 된 것과 더불어 꽃과 선물을 사 가지고 축하하러 가는 아리따운 사랑이다.
예수님의 이 사랑은 남이 잘 될 때 내가 잘되는 것 이상 기뻐하는 정신이고 「나」의 객관화가 「남」이요 「남」의 객관화가 「나」라고 생각하는 정신이며, 또 모든 형제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찾는 생활한 신앙의 토대 위에 세워진 사랑이다. 이 사랑이 영원한 행복의 길로 들어가는 마지막 날의 유일한 심판의 기준이 된다는 것으로만 보아도 사랑의 새 계명 실천이 매우 중대하고도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의 새 계명을 충실하게 실천에 옮길 때 다른 모든 주님의 계명을 지켰다는 결론이 나오고, 다른 모든 계명을 위하여 지켰다고 할지라도, 이 사랑의 새 계명을 망각하였을 때는 결국 영생을 위하여 허송세월을 하였다는 결론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이와 같이 사랑하신다면 우리도 의당히 사랑을 사랑으로 갚아드려야 할 것이다. 예수님을 참으로 사랑하고 영혼구령에 불타는 사람은 성년 대 데레사와 같이 『죽든지 고통을 당하든지』라고 외칠 것이며, 하느님과 인간의 사랑을 받는데 있어 기쁘게 첫째가 아닌 꼴찌를 택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 참조) 그리고 사랑의 새 계명을 깊이 묵상하고 실천한 성녀 소화 데레사와 함께 예수님께 다음과 같이 기도함으로써 사랑의 새 계명을 실천하도록 마음을 다해야 하겠다.
『오 주여! 당신께서 전에 당신에게 간택된 백성들에게 가까운 자를 자기와 같이 사랑하라고 명하였을 때는 당신께서 그 때까지 아직 이 세상에 내려오시지 않으셨던 때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사람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잘 아시기 때문에 당신 조물들에게 그 이상 더 큰 사랑을 요구하실 수 없으셨나이다…중략…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다 내어 주시어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사랑의 새 계명을 주셨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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