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천상의 신비를 우매한 인간들에게 일러주기 위해서 항상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씀하셨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에는 직접적인 설명과 해설보다는 은유가 많다. 마찬가지로 성서에는 수많은 상징들이 나온다. 따라서 성서를 올바르게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상징들 안에 내포된 심오한 의미, 다양한 측면들을 제대로 알아들어야 한다. 하지만 시대와 장소에 따라 매우 상이하게 해석되고 심지어는 오해의 소지들도 있는 이 상징들을 잘 알아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장익(춘천교구장) 주교가 미셸 크리스티안스 신부의 저작을 우리말로 옮겨 놓은 「성서의 상징 50」은 성서에 나오는 대표적인 상징 50가지를 현대인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시야 안에서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놓은 것이다. 이 책은 원래 도영에 있는 마쓰바라 성당의 계간지에 연재한 것으로 연재를 모두 마친 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 시리즈를 한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상징을 주제로 택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첫번째 이유는 우선 바오로 서간을 제외하고는, 성서를 보면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비유나 상징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 자신도 이처럼 상징을 통해 하늘나라와 그 깊은 뜻을 풀이해주었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존재 자체가 인간에게는 신비이듯이 종교의 내용 또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신비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시에 하느님은 자연 안에도 내재하기 때문에 자연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으로서 우리들의 초자연적인 차원을 밝혀준다. 이처럼 성서는 자연이나 인간의 문화를 상징 삼으면서 하느님과 이 세상의 신비에 관해 우리들에게 말을 걸어온다.
상징을 주제로 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현대인들이 상징을 다소 낯설어하기 때문이다. 성서 안에서 쓰이는 상징들은 우리와 다른 문화 안에서 생긴 것들이기 만큼 동양인으로서는 알아듣기 어려운 것들도 적지 않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룬 50가지가 성서의 상징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저자는 동양인에게도 친숙한 상징들은 따로 다루지 않고 있다. 50가지의 상징들에는 기름, 알파와 오메가, 희생, 도장, 황소의 뿔, 띠, 할례, 하느님의 어린 양, 사막, 잔, 소금, 모퉁이의 머릿돌, 피, 지팡이, 천사, 동방박사의 예물, 무지개, 비둘기, 돼지, 뱀, 장막, 도성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상징들이 2000년전 팔레스타인에서는 어떤 식으로 사용돼왔고 성서의 저자들은 이 상징들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는지를 매우 쉽게, 하지만 심오하게 설명하고 있다.
장익 주교는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나서 성경이 우리 신앙의 근거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성경 전체가 하나의 심오하고 위대한 상징』이라고 지적한다.
장주교는 따라서 옛 문헌이라고 할 수 있는 성서를『아무런 도움 없이 그 뜻을 훤히 다 알아듣기란 수월치 않다』며 『이 책이 우리나라 교우들에게도 요긴하고 귀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도출판사/208쪽/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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