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향한 교회의 복음적 매력이 점차 희석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한마디의 말보다는 현장에서 증거하는 삶이 더욱 중요한 때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모범을 따라 「찾아가는 영성, 유대하는 영성」으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삶에 앞장서 온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기우 신부가 비닐하우스촌 선교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빈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종착역이라 할 비닐하우스촌 선교에 임하는 이신부의 화두는 「복음적 매력」. 이신부가 말하는 「복음적 매력」은 교회와 가난한 이들의 만남에서 복음이 지닐 수 있는 활력을 말한다. 그래서 복음의 씨앗이 제대로 뿌려지고 올바로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이 곧 가난한 삶이다.
지난 96년부터 펼쳐온 「바울로계획」의 3기 파견자들과 3월부터 서울의 대표적인 비닐하우스촌 가운데 한 곳인 서초구 우면동에서 비닐하우스를 빌려 가난한 삶으로 찾아 들어간 이 신부는 그 속에서 「복음적 매력」을 지켜내겠다는 뜻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가 새로운 삶을 펼칠 비닐하우스촌은 정부에서 설정한 최저주거기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곳이라는 점에서 녹록해 보이지만은 않다.
『우리의 신앙은 언제부터인가 축구경기의 수비수와 같은 역할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공격적인 선교 없이는 교회의 설자리가 점차 줄어들어 지는 경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이 신부의 지론이다. 그런 그의 눈에 비닐하우스촌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본당사목 속에서 자극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의 신앙은 어느 새 타인들의 눈에서도 매력을 잃고 있는 셈입니다』. 신자들조차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교회가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는 명확하다는 것이 이신부의 생각이다. 이신부를 비롯해 비닐하우스 선교에 나서는 3팀의 선교사들 모두 자신들의 앞에 펼쳐질 앞날을 예견하지 못한다. 다만 촛불처럼 가난한 삶 속에서 자신을 불사르겠다는 다짐들뿐이다.
『현대의 신앙인들이 잃어가는 가난함의 영성을 일깨우는 자극제가 되고 싶습니다』자신의 전 삶이 자극제 역할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이신부의 삶은 성령의 인도하심이 없이는 선택마저 불가능했을 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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