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가 저처럼 설렐까요』
36년간의 사제생활을 오롯이 본당사목에만 전념해와 양떼를 떠나지 않는 사제로 숱한 화제를 뿌려온 서울대교구 암사동본당 주임 김형식(69·베드로) 신부의 은퇴의 변은 첫마디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신부에게 은퇴는 곧 새로운 성소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3월 3일 오전 11시 김 신부의 은퇴미사가 열린 암사동성당은 「사제에게 은퇴란 없다」는 신념을 지니고 살아온 한 사제의 앞날을 짐작케 한 장이었다. 「축 제2성소 시작」이라는 구절이 곳곳에 내걸린 성당은 흡사 초등학교 입학식장을 방불케 했다. 김 신부가 은퇴 후 본격적으로 나설 제2의 성소는 노인사목, 그는 이를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30여년 전 처음으로 사제품을 받고 첫 본당에 부임할 때 마냥 요 며칠간은 잠까지 설쳤습니다』 김신부가 노인사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제기동본당 보좌를 시작으로 그간 거쳐온 화곡동·도림동·발산동본당 등에서의 본당사목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유난히 소외되고 있는 노인들의 삶에 새롭게 눈을 뜨면서였다. 노인문제가 가까운 미래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 김 신부의 안목도 이 길을 택하게 한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 노인들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이들이 신앙의 열매를 맺는데 힘이 되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에 김신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각종 노인단체와 시설을 남모르게 지원해왔다. 지난해 5월에는 본당 신자들도 모르게 인천시 병방동에 오갈데 없는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을 마련해 노인 7명을 모시고 있다. 이런 김신부의 삶이 알려지며 그에게 의지해오는 노인들이 늘어 최근에는 서울 양재동에도 공동체를 구상중이다.
이런 김신부의 삶은 나태하고 안이한 신앙과 삶을 돌아보게 하는 아버지라는 평을 듣게 한다.
『사제는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신자들 곁에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 앞에 서는 그 날까지 신자들의 마음에 신앙의 불을 지르는 신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길로 하느님께 다가서려는 사제의 선택이 성스러운 인내로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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