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무엇인가? 전통이 소중한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는데 익숙한데서 오는 편함』이 그 이유이다.
한국에 복음이 들어오고 수도원들이 이 땅 위에 세워지면서 그 가장 직접적인 환경으로서의 건축물들, 수도원들 역시 이 땅을 닮은 집으로서 이 땅의 문화와 전통을 머금고 있음으로서 「전통적」이 된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여주분원은 한 마디로 「절집 같은 수녀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이 된다. 「여주수녀원」은 출판사의 한국 현대건축 연작 시리즈인 「건축의 바다 총서」 제 5권으로 나온 책이다.
설계자인 건축가 임근배(야고보·45)씨와 사진가 문정식(스튜디오 아키문 대표), 비평가 구영민(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성미술 작가이며 신부인 조광호 신부(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 대표) 등이 수녀원 곳곳에 담겨진 전통과 문화, 종교적인 향취와 특성들을 꼼꼼하게 짚어보고 있다. 이들은 이 땅에 성당들이 들어와 세워진 모습들을 보면서 「첨탑이 솟아야 제격」이라는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종교 전례나 수도원의 규칙이 서양에서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것을 수용할 건물도 서양식이어야 하는가?』라고 자문하면서 「민족의 특성과 전통에의 적응화를 규정」하고 있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이 단지 전례만 아니라 그것을 담는 물리적인 장치 즉 건축물과 그 환경에까지 적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생각에서 바라볼 때 '절집 같은 수녀원'은 우리가 산사에서 경험한, 우리 정서에 친근한 건축 수법과 요소들을 본다. 종루와 회랑, 그 너머로 보이는 성당 지붕, 종루로 오르는 계단, 수련원과 엠마오의 집 모두에서 전통과 문화에 바탕한 익숙하고 따뜻한 정감을 갖게 된다.
<시공문화사/125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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