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기성작가가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나 이야기 전개과정에 있어 수도회 신부나 수사가 등장하고, 이들의 입을 통해 가톨릭의 핵심 사상이 소개되는가 하면, 이러한 교회의 진리가 소설의 전체적인 기조를 이끌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하종오 시인이 지은 어른을 위한 동화 「하늘 무인도」.
한 젊은이(영빈)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어릴 때 살던 쥐똥나무울타리집을 찾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 된다. 환상을 통해 천년전 전설의 사찰을 넘나들며 저주받은 나부상(裸婦像)의 사연을 알게되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오버랩 시켜본다. 어머니의 유서를 통해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되고, 한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아 온 어머니의 삶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영빈이는 사랑과 인생을 깨달아가고, 과연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은 어떤 것인가 하는 물음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쥐똥나무울타리집은 작가가 실제 집필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강화도의 한 허름한 농가다. 농가를 지나 조금더 올라가면 예수성심전교수도회 신학원과 피정의 집이 자리잡고 있다. 작가는 비록 신자는 아니지만 신학원 신부와 수도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가톨릭 교회에 대해 많은 이해를 갖고 있고, 실제 작품 속에서도 교회의 가르침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연민의 사랑을 하면 서로 상대에게 끝없이 베풀려고 하지만 만족의 사랑을 하면 서로 상대로부터 끝없이 받으려고 하지요…』 『진정한 사랑이라면 상처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증오하진 않아야 해요…』 『수도자들이 예수님을 흠모하는 건 이천년 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과거가 마음 속에 현존하기 때문…』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쉐발리에 수사를 통해서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쉐발리에 수사는 예수성심전교수도회 창설자로서 작품 속에서는 수도회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남들에게 자신을 이용하게 하라고. 나중에라도 저를 이용할 필요가 있거든 얼마든지 이용하세요』 실존 인물 아우구스티노 신부를 통해 듣게 되는 수도회의 핵심 영성이다.
이렇듯 이야기가 전개되는 마디 마디, 고비 고비 마다 교회의 가르침이 제시되고, 작가는 이를 통해 사랑에는 아픔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가슴을 찢어 그 사랑이 머물 곳을 마련하는 아가페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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