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야본당 이은미(베아타·35)씨는 요즘 매일 저녁 남편 양황규(베드로·40)씨와 함께 하는 묵주기도의 감사함에 푹 빠져 있다.
큰아들 영준(스테파노)이가 이번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시작한 54일 기도다.
아직 첫영성체 전이라 기도문을 잘 외우지 못하는 영준이는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엄마 아빠 모습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슬며시 나와 「기도 손」을 하기도 한다.
이씨는 남편과 같이 묵주기도를 하면서 「부부」라는 것과 자녀 사랑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 남편이 야간 당직을 서는 날이면 기도를 빼먹지 않기 위해 전화를 통해 함께 기도하는 기억까지 새롭지 않을 수 없다.
IMF 경제난, 가정과 혼인에 대한 이해 변화 등으로 가정해체 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온전한 가정들조차 여성들의 급속한 사회진출, 밤늦게까지 학원으로 내몰리는 청소년 교육문제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얼굴 맞대기조차 어려운 요즘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씨의 가정처럼 가족끼리 함께 기도한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내용일까.
과거 대가족을 이루던 신자가정들이 저녁 식사후 대청마루에 모여 앉아 기도를 함께 바치던 모습은 과거속의 이야기로만 흘려버려야 할까. 가정의 의미가 「사회를 이루는 기본단위」라는 문제로서 뿐만 아니라 신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공동생활을 통하여 가치관이나 신앙심에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 바로 가정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가정은 하느님께서 세우신 특별한 존엄성과 중요성을 지닌 인간에게 필수적인 공동체가 아닐 수 없고 곧 가정의 위기가 사회의 위기라고 밝힐 수 있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회칙 「가정공동체」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듣고 실천함에 있어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공동으로 바치는 가정기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가정을 온전히 지키고 바로 세우는 노력은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노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사목자들은 단언한다.
매일 저녁 기도시간을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기도시간을 갖는 노력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가톨릭대 손희송 신부는 『가족간 유대가 흩어지기 쉬운 요즘같은 상황에서 가정기도는 가족간 화합은 물론 긴장요소를 풀어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 『어학·운동 등에 일부러 시간을 내는 것과 같이 기도시간도 그 중요성만큼 먼저 떼어놓는 성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기도는 특히 자녀들의 신앙 교육적인 면에서도 매우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 예수회 김정택 신부(서강대 교수)는 『부모와 함께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성장한 자녀들은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신앙안에서 힘을 얻고자 노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신부는 덧붙여 『함께 기도한다는 것은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타인을 위해 열린 마음을 갖는 의미도 있다』면서 『만약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을 위해 기도할 때 자녀들은 국가 가정을 넘어서는, 인식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 전 미국에서 조사된 한 통계는 가족끼리 함께 모여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혼율과 신앙생활과의 관계를 밝힌 이 조사에서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이들이 이혼한 확률은 51명중 1명이었고 일상적으로 가정기도를 한 이들이 이혼한 경우는 1011명중 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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