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성탄 판공성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고해소 앞에는 성사를 보려는 신자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그런데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자 성사를 집전하던 사제가 사정하듯 간곡히 부탁했다.
『제발 고해소에 들어올 때는 미리 고백할 죄를 생각하고, 충분히 통회한 후 지은 죄의 요점만 말해주길 바랍니다. 저도 인내와 체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이같은 상황은 판공성사 시기만 되면 대부분의 사제가 겪는 고충이다.
『고백할 죄가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목자의 입장에선 고마울 따름이죠. 하지만 지은 죄에 대해 구구절절 상황 설명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문제입니다』
총고백과 면담식 고해성사 때에는 상황이 다르지만, 평소에 죄를 구체적으로 고백하라고 했다고 해서 죄를 짓게 된 배경과 그 결과까지 한편의 드라마처럼 고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 얼버무리듯이 죄를 고백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단적으로 말해서 고해성사는 남에게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 받는 것이 아니다. 병이 들었을 때 약으로 치료하듯이 고해성사는 죄로 더러워진 영혼을 씻음으로써 우리의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영혼·육신이 하나되기 위해 필요한 성사이다.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내고(성찰), 알아낸 죄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통회), 다시는 그런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정개)을 한 후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께 죄를 사함 받아야 효과적인 고해성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죄를 고백해야 하는가. 성찰, 통회, 정개 중 가장 우선 되는 성찰을 하기 위해선 먼저 죄를 알아내야 되는데 무엇이 죄가 되는지 잘 모르는 신자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교회에서는 그 자체가 죄이며 죄를 짓게 하는 원천인 7죄종(七罪宗)과 십계명, 교회법을 토대로 성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7죄종
①교만(驕慢)-자신을 높이고 남을 업신여기거나 주제넘은 생각이나 ·말·행동, 지나친 욕심, 욕망, 과용. 자신의 결점을 생각하지 않고 남의 결점만 들추어내고 교리를 멋대로 해석하는 것 등
②인색(吝嗇)-가족, 친척, 동료의 경제적 어려움과 이웃의 궁핍에 관심이 없고 재물 모으기에 급급하며 대인관계에서 돈 쓰기에 인색하는 것 등
③음욕(淫慾)-비정상적이고 무절제한 성행위, 간음, 강간, 혼전 성행위, 매춘 등 문란한 성생활 등
④분노(憤怒)-몹시 화를 내어 이성을 잃거나 자존심 때문에 쉽게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투쟁, 복수심, 폭행, 화풀이의 감정으로 번지는 것 등
⑤탐욕(貪慾)-음식에 대한 욕심이 지나치게 많거나 음식을 썩게 하거나 버리는 것. 술로 자제력과 이성을 잃고 과식, 과음으로 남을 못살게 하는 것 등
⑥질투(嫉妬)-남이 칭찬받거나 인정받는 등 남이 잘 되는 것을 못 보고 남이 잘못되는 것을 좋아하고 질투로 인해 이간질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 등
⑦나태(懶怠)-게으름으로 인해 범하는 모든 죄, 즉 선행, 기도 등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않고 무익한 일이나 잡기, 한담으로 시간을 보내며 일하기를 싫어하는 것 등
▣ 10계명
제1계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라-하느님의 가르침이나 교리를 부정하거나 임의로 왜곡하고 공식 인정되지 않은 사적계시를 믿거나 전하는 것. 미신을 믿거나 미신 행위(사주, 관상, 점, 예언, 작명, 택일, 운세 등)를 하며 성화(聖畵), 성물, 성수를 기적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과신(過信) 하는 것 등
제2계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떳떳하지 못한 상태 또는 진실에 대해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느님의 이름을 걸고 헛맹세를 하고 하느님께 약속한 일을 지키지 못하는 것 등
제3계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주일이나 대축일에 일부러 미사에 빠지거나 다른 사람에게도 빠지도록 하고 주일 미사에 빠지고도 고해성사를 보지 않은 채 영성체를 하고, 주일에도 고용인에게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 등
제4계 부모에게 효도하여라-자녀로서 부모를 모심에 소홀히 하거나 부모로서 자녀를 편애, 불공평하게 대하는 것. 자녀들에게 나쁜 표양을 보이거나 종교 교육을 소홀히 하며 성직자나 윗사람을 헐뜯고 중상모략 하는 것 등
제5계 사람을 죽이지 마라-타인의 생명, 육체(건강)에 손해를 끼치거나 타인에게 원한, 미움, 험담, 욕설 등을 하거나 남의 마음이나 육체에 불편을 준 일, 고의로 낙태했거나 이를 동의 또는 가담하는 행위, 실제 사람을 죽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행위, 남을 해치거나 죽일 생각을 하는 것 등
제6계 간음하지 마라, 제9계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부부로서 신의를 지키고 일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는가? 배우자가 아닌 이성에게 정을 품거나 지나치게 접근하는 행위, 음란한 생각이나 퇴폐업소에서의 음란행위, 성적 희롱 등
제7계 도둑질을 하지 마라, 제10계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다른 사람의 재산, 노력, 시간에 직접 손해를 끼치거나 자신의 재산, 힘, 시간을 낭비한 일, 남의 재물을 부당하게 취하거나 재물에 대해 지나친 욕심에 사로 잡혀 극심히 빈곤한 이웃을 모른 체 하는 것 등
제8계 거짓증언을 하지 마라-말로써 남의 명예, 자유, 권리, 생명에 손해를 끼친 적이 있거나 진실을 말해야 할 때 침묵함으로써 허위를 진실처럼 만들거나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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