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수끼 폴폴 풍기는, 하지만 훈훈하고 정감어린 연기로 안방극장을 정겹게 만드는 탤런트 김지영(마리아막달레나·65·서울 청파동본당)씨. 드라마 속에서 봐왔던 푼수 아줌마나 시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익어서일까? 주일미사를 마치고 나온 김씨를 만났을 때 시골동네 통장 아줌마 같은 푸근함이 느껴진다.
김씨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급 톱스타는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없어서는 안될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로 은근한 인기를 끌고 있다. SBS 「화려한 시절」에서 「여자의 일생」이란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던 모습, 조선팔도 어느 동네 사투리도 어색함 없이 내뱉는 시어머니의 모습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고향을 느끼고 어머니를 느낀다.
올해로 연기생활 48년째. 서울 토박이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한국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밑바닥 인생을 겪은 것이 오늘날 자신이 연기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서울에서 자랐는데 어떻게 사투리를 그렇게 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번 하느님부터 나온다.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의 은총이에요. 2∼3일이면 어느 지방 사투리든지 구사할 수 있는 것도 하느님께서 특별히 주신 은총이겠지요』
30년간 불교신자였던 김씨가 성당에 나오게 된 것은 1986년 남편과 사별하면서부터다. 병으로 고통받던 남편이 병자성사를 받고 편안히 세상을 뜨던 모습을 보며 신앙을 갖게 됐다. 배역이 들어오지 않아 냉수로 배를 채우던 시절에도 김씨는 벽에 걸린 예수님의 고상을 보며 눈물로 기도했다
김씨는 어렵고 힘들었던 자신을 지켜준 하느님을 위해 바쁜 와중에도 주일미사는 꼭 지키려 노력한다. 야외촬영 때문에 지방에 갔을 때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근처에 성당이 있는지, 미사시간은 언제인지 확인한다.
『항상 지켜주시고 돌봐주시는 하느님인데 저는 하는 일이 없어요. 미사를 통해 내 모든 것을 봉헌하는 일이라도 해야 죄스러운 마음이 위안을 받는답니다』
김씨는 방송국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을 위한 전교에도 힘쓰고 있다. 바쁜 일정에 쉬고있는 신자들, 교적이 어디 있는 지조차 모르는 동료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 교적도 찾아주고 성당에 나가라고 보채기도 한다. 이런 김씨의 노력 때문인지 요즘은 부쩍 묵주반지를 낀 동료연기자들이 눈에 자주 띈다.
가장 후회가 되는 일은, 자신보다 먼저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던 큰 아들을 성소의 길로 인도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는 김씨. 앞으로 「가장 뼈아프고 힘들고 고통받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가장 밑바닥에서 보면 모든 만물의 참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도 가장 밑바닥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잖아요. 그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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