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혼란과 개혁시대에 일어난 영성
5) 엄격함
이 시대 수도자들의 영성은 신비적이라기보다는 수행적이어서 엄격함을 강조하였다. 교회의 부패한 면들이 열성적인 사람들을 이렇게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세상을 등지고 도피하여 은둔과 육체적인 고행에 힘쓰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전통적 수도회인 베네딕도회 밖에서 단식과 편태(鞭笞, 자기 몸을 때리는 수행의 한 방법)가 수행의 한 방법으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 당시 성인전에서 제시되는 것은 고행의 방법으로 땅바닥에서 잠을 자는 것과 참회와 다른 육체적 고행은 성덕의 일반적인 조건으로 간주되었다.
이들은 자신과 세상 안에서 보고들은 악습의 홍수를 대항할 힘이 없음을 의식하고는 수행을 통하여 내적 평화를 얻고 구원을 염원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심지어 농부들은 땅을 포기하고 수도원에 입회하고 수도자들은 수도원을 은수처로 만들었으며 어떤 주교들은 교구를 떠나고 기사들은 부인을 버리고 수도원에 들어가는 경우들도 있었다. 오토 3세 황제는 극도로 가난하게 살기 위하여 퇴위하였다.
윤리생활이 타락하자 많은 이들에게 정결과 혼인 생활의 절제가 하나의 이상으로 제시되었다. 알데군트라는 소녀는 그리스도에 대해 "굶주리고 목말라" 일생을 그리스도에게 봉헌하기로 했다는 말도 있었다.
이런 수행의 흐름은 세 가지 방식으로 나타났다. 즉 은수생활, 순례의 권장, 고행이었다. 이제까지 다루어온 대표적인 수도자들이 모두 은수생활과 비슷한 수도회를 창설했음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순례 또한 중요한 영성의 한 방법이었다. 고향과 가족들을 얼마 동안 떠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고행이었다. 여행의 위험 또한 고행이었다. 이를 통하여 이 세상으로부터 초탈하며 영원한 고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묵상하였다.
그 당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은 성지 예루살렘에 가는 것을 염원하였다. 귀족이든 농부든, 하급 성직자든 고위 성직자든, 평수사든 아빠스든 모두 팔레스티나에 가기를 원했다. 16세기 예수회를 창설한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도 이런 염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편태는 순교를 보충하는 다른 방식이었다. 자신이 쓰러질 때까지 매질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피가 흐르는 것을 보면서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기도 하였다.
이를 정당화한 글들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성 베드로 다미아노이다. 그는 "나의 원의에도 불구하고 순교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주먹으로 나를 때림으로써 적어도 내가 순교를 얼마나 갈망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한 마디로 이 시대는 악습과 덕행이 교차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교회 내부의 일부 부패한 모습은 많은 성인들을 양산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6) 수행의 방법인 성경 읽기
기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신앙생활, 더 나아가서 영성생활을 깊게 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기도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 기도 중의 중요한 방법은 성경을 통하여 기도하는 것이다.
일찍이 암브로시오 성인은 성경 읽기를 강조하여 "성경을 읽고 그것을 생활에 적용시키는 이들은 복되다"라는 말씀을 남겼다. 성 베네딕도는 거룩한 독서를 규칙서에서 강조하였다. 성경을 정성되이 읽음으로써 "내적 인간의 눈이 열렸다"라는 말도 있다. 이 시대의 거룩하다는 사람들은 모두 성경 읽기를 강조하였다.
성 로무알도는 정신 기도의 방법에 대한 그 시대 사고의 본질을 이렇게 제시하였다. "하나의 길은 시편 안에 있다"
소가 여물을 먹고 다시 뱉아 내어 되씹어 먹듯이 수도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또 읽고 마음에 새기고 기억하고 외우기를 거듭 하였다. 그리하여 말씀이 머리 속을 꽉 차게 하였던 것이다.
준비기도와 성경 읽기, 묵상기도 그리고 명상에 잠기는 방법을 가장 좋은 성경 묵상으로 제시하였다. 그리하여 사고 방식이 성서의 가르침 안에서 이루어지게 하였던 것이다. 중세기 영성 대가들을 다루면서 군데군데 성경 읽기가 강조되었음을 우리는 깊게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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