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 칠판에 적은 분수를 소수로 바꿔볼 수 있는 사람?』
작은 교리실 맨 앞줄에 앉겠다고 서로 다투던 초등학생들은 수업이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르다가 선생님 박화자(아가타·61)씨의 질문에 귀가 번쩍 뜨인다. 「저요」라는 우렁찬 대답과 함께 칠판을 바라보는 어린이들의 눈빛은 그 순간 누구보다도 반짝인다.
서울시 은평구 진관외동. 허름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좁고 긴 골목길을 들어서기 직전에 구파발본당(주임=조신형 신부)이 들어서 있다. 경기도와 서울시가 접경하는 이곳에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자그마한 공간이 마련돼있다.
지난 3월 초에 어린이들을 모집하기 시작해, 11일 문을 연 공부방은 이 동네 어린이들에게는 학원이자 놀이터의 역할을 하는 소중한 터전이다.
공부방은 맞벌이 부부 또는 영세민 가정의 자녀가 대부분이어서 학원에 다닌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방과 후 학습을 지도해 주고,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는 배움터이자 쉼터 역할도 한다.
『방과 후 바로 찾아오기 때문에 학교 수업을 보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개강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는 최성환(바오로·11)군은 공부방 친구들을 자랑하기 바쁘다.
공부방을 찾는 초등학생들은 영어반, 수학반, 한자반을 모두 합쳐 어림잡아 150여명.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부터 6학년 학생까지 그 학년층도 다양하다.
주보를 통해 공개 채용(?)된 주부신자 선생님 3명이 무료 봉사하고 있으며, 주일학교 자모회에서는 보조교사를 자청하고 간식을 제공할 정도로 학부모의 호응도 학생들만큼이나 뜨겁다. 또한 학생들 중에는 신자가 아닌 인근 지역의 어린이들도 대다수 포함돼 있어, 이를 통해 어린 학생들을 성당에 나오게 하고 예비신자 교리반에 입교시키는 선교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학생들 덕분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구파발본당. 하지만 본당에서는
앞으로 선생님 몇 분을 더 모셔, 중학생들에게도 공부방을 마련해 줄 계획이며 아울러 자모회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후원회를 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신형 주임신부는 『지역사회의 특성상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공부방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학습지도는 물론 전인교육도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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