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정(베로니카·38)씨. 그의 이름 석자 앞에는 수식어가 많다. 「동시통역사」 「연극배우」 「DJ」 「MC」…. 전혀 다른 영역을 넘나드는 배씨를 볼 때면 어떤 것이 진짜 그녀의 모습일까, 왜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자연스레 갖게된다.
조용한 카페에서 만난 배씨는 방송에서 봐온 차분한 이미지와 달리 소탈하고 편안한 이야기 친구 같았고, 기자의 궁금증을 한마디로 해결했다. 인간 배유정은 「커뮤니케이터」며, 전혀 다른 분야에 대한 선택과 도전은 삶의 권태로움과 공허함을 깨기 위한 것들이라고. 통역은 서로 다른 언어소통을 위한 중간자 역할이고 연극은 인간과 또 다른 인간과의 만남을 이끌어내는 커뮤니케이터이며, 방송은 익명의 절대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전달자란다.
최근엔 E'S 방송 '예술의 광장'과 통역 일만 하고 있다는 「커뮤니케이터」 배씨의 화려한 이력은 분야 분야에서 뛰어난 그의 실력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녀는 지난해 아셈('SEM)회의를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월드컵 준비행사 등 굵직한 국제회의 진행과 800여회의 전문 통역을 맡아왔다. 방송에서도 4년간의 영화음악 진행, 생방송 뉴스 패널, 케이블방송 DCN, 공중파 MC 등으로 시청자, 청취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와 있다.
연기 또한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편입해 공부해 가면서 실력을 쌓았다. 덕분에 「당신, 안녕」「햄릿」「여관집 주인」등 수없이 많은 공연을 해왔고 영화 「아름다운 시절」에 출연하기도 했다.
통역부터 연극까지 많은 것을 배웠다는 배씨에게 다양한 일을 통해서 마음의 공허함을 채웠냐고 묻자 그녀는 아직은 「아니다」라고 했다. 요즈음은 「왜 이 일을 하나」, '과연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나' 등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최근에서야 배씨는 조건 없이 봉사하며 살 때,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을 때 가장 큰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지금까지는 「일을 위한 일」을 해온 것 같다며 앞으로 「의미 있는 일」을 위해 더 먼 여정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배씨는 20년 가까운 세월을 등지고 살았던 성당을 지난해 성탄 때 간신히 다시 찾았다. 집안 일을 돌봐주던 아주머니의 신앙적인 삶을 통해 초등학교 때 세례를 받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신의 존재론, 인간들이 만들어낸 관료화된 교회, 중세의 암울한 가톨릭교회 역사에 대한 고민은 신앙의 회의로 이어졌던 것이다.
늘 교회를 겉돌았지만 하느님과의 관계를 잃지 않았던 배씨는 이제서야 성당에서 고개를 숙일 수 있게 됐고, 늘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사랑」을 삶의 가장 큰 축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신앙 때문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고백한다.
하느님이 마련해주시는 좋은 기회가 있다면, 그것이 교회와의 인연이라면 교회 관련 일 또한 외면하지 않겠다며 말을 마치는 배씨는 오랜 방황에서 신앙으로 다시 귀의하는 길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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