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격차
인터넷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 중 가장 주요한 것은 이른바 「정보격차(digital divide)」이다. 이는 국내에서든 국가간에서든 새로운 정보기술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의 빈부 격차 문제를 말한다.
「정보격차」라는 표현은 개인이나 집단, 국가들이 세계화와 발전의 혜택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해 이 새로운 기술에 접근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처럼 새로운 정보기술을 통한 정보와 사상, 표현의 혜택에 있어서의 격차는 또 다른 형태의 불평등과 차별이다.
경제의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교회는 이 과정에서의 승자가 과학과 기술, 지구 자원을 독점하는 일부 부유한 엘리트가 아니라 전 인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세계화가 전 인류와 모든 민족들을 위해 기여하기를 열망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격차의 원인과 결과는 경제적인 것일뿐만 아니라 기술, 사회, 문화적인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특별히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들의 문화적 차원에 대해 우려한다. 새로운 정보기술과 인터넷은 세계화의 강력한 도구이다. 이는 사회관계, 가정, 종교, 인간 조건 등 문화적 가치를 변화시킨다.
물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로 인해 문화간 대화가 촉진되고 풍요해진다. 문화들이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우지만 단순히 세계적인 가치관을 강요하거나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지배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문화적 제국주의이다.
문화적 지배 현상은 특히 지배적인 문화가 잘못된 가치를 전파할 때 더욱 심각하다. 인터넷은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서구의 세속화된 문화적 가치를 담아 전파한다.
문화적 감수성, 그리고 다른 문화의 가치와 신념에 대한 존중이 절대 필요하다. 국제적인 연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문화간의 차이를 보호하고 서로 이해하고 친교를 나눌 수 있는 문화간 대화가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 역시 매우 중요하고 복잡하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지지한다. 진리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또 여론은 사회 안에서 조직화된 인간 본성의 표현이며 절대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공동선에 대한 이러한 요구에 비추어 우리는 정부 당국이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들을 통한 정보 접근을 막는 것에 대해 비난한다. 전체주의적 정권은 지금까지 이점에 있어서 매우 혹평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안에서도 부자, 정치가 등에 미디어 접근권이 독점돼 있을 수 있다.
오늘날 저널리즘은 깊은 변화를 겪고 있다. 새 기술과 세계화의 조합으로 매체의 영향력이 더 커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이 이념이나 상업적 압력에 기울어지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언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은 뉴스와 정보 전달에 획기적인 도구이다. 하지만 상업적 경쟁과 인터넷 저널리즘의 신속성은 오히려 선정주의와 유언비어 양산에 기여하기도 하며 진지한 보도와 해설이 명백하게 줄어들고 있다. 정직한 저널리즘은 공동선의 추구에 필수적이다.
인터넷의 엄청난 정보가 정확하고 믿을만한지 역시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사람들이 이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들간의 장벽을 넘어서는데 사용하지 않는 것을 우려한다.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들에 대해서도 우려할 만하다. 문제는 과장된 자유, 즉 절대화된 자유, 자유 자체가 가치의 원천이라고 잘못 이해되는 정도로까지 자유가 과장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참된 공동체와 공동선, 그리고 연대의 가치가 자리할 곳이 없어진다.
지금까지 검토했듯이 연대는 공동선에 봉사하는 인터넷의 척도이다. 그것은 즉 매체가 선에 봉사하느냐, 악에 이용되느냐의 문제이다.
모든 사용자들은 인터넷을 잘 알고 사용해야 하며 도덕적으로 옳은 목적에 이용해야 한다. 부모들은 자녀의 인터넷 사용을 지도해야 하고 학교 등의 교육기관들은 어린이들과 성인들이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정부의 검열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 역시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비난, 사기와 중상, 어린이 음란물, 포르노 등에 대한 규제에서 예외는 아니다. 컴퓨터 바이러스, 개인 정보의 절도 행위 등 새로운 인터넷 범죄들에 대한 규제법안들이 마련돼야 한다.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원칙적으로 관련 산업의 자율적 규제가 가장 바람직하다. 관련 업계의 윤리강령의 제정도 유용하다.
국제적인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한 표준이나 메카니즘을 설립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 방안이 긴요하다. 여러 가지 인터넷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서 국제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특히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2003년으로 예정된 「정보사회의 세계정상회의」가 국제간의 연대와 협력을 증진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자리가 되기를 기원한다.
인터넷은 인간의 삶에 엄청나게 가치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인터넷은 번영과 평화, 지적이고 미적인 성장, 국가와 민족들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할 수 있다.
세상 자체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포함한 매체의 세상 역시 하느님 나라 안에서 구원의 말씀에 봉사하도록 그리스도에 의해 불리웠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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