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는 이렇게 발음합니다. 자 따라해 보세요』
『아카지』.
『적자입니다는 「아카지데스」에요』
『자 다시 따라해보세요』
매주 목요일 오후 6시만 되면 남대문시장본당(주임=이성원 신부)은 일본어 학원으로 바뀐다. 2000년 12월부터 본당이 마련하고 있는 일본어 강좌 때문이다. 20대 청년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아줌마까지 강의에 참석하고 있는 상인들의 모습이 고3 수업을 하고 있는 학생과 다름이 없다.
일본어 강좌는 수강을 원하는 지역상인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무료강좌로 개설됐다.
지난해 5개월 과정의 1차 일본어 강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해 2월 두번째 강좌를 시작했다. 현재 지역상인들은 물론 소문을 듣고 찾아온 타지역 신자들까지 50여명 이상이 강의를 듣고 있다.
본당 내에 일본어 강좌가 개설된 것은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남대문시장의 지역적 특징 때문이다. 시장을 찾는 일본 관광객의 수가 늘면서 상인들은 기초적인 회화 정도는 구사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장사하기도 빠듯한 상인들에게 학원 수강은 힘든 일. 할 수 없이 억지로 외우다시피 한 회화로 일본인들을 상대해야 했고 말이 통하지 않아 손님을 그냥 되돌려 보내는 일도 허다했다.
이러한 상인들의 어려움을 알게 된 본당에서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일본어 강좌다. 하루 대부분을 시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인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고, 신자가 아닌 지역상인들에게도 열린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다.
강좌에서 주로 다뤄지는 내용은 말하기이다. 그 중에서도 장사를 하면서 종종 쓰게 되는 문장을 중점적으로 배운다. 강의를 듣는 상인들도 장사를 하면서 「이 말은 어떻게 해야 하지」하고 궁금증이 생기면 종이에 적어 놓았다가 수업시간에 질문하기도 한다.
강의는 20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하부츠 마꼬또(스테파노)씨가 맡고 있다.
직장 일에 쫓기면서도 목요일은 반드시 강의실에 나타나는 마꼬또씨는 『한국말을 처음 배우던 때를 생각하며 강의한다』면서 『한국인인 아내 역시 시장상인이기 때문에 일본어에 서툰 상인의 입장에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본당에서는 앞으로도 일본어 강좌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수강생들의 회화수준이 천차만별이라 강좌 초기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신자가 아닌 수강생들도 이제는 수업을 듣기 위해 편안히 성당을 출입하고 있어 남대문시장본당은 이제 이 지역 열린 교육장으로도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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