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주5일 근무제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범 실시될 것이라고 한다. 이 제도의 도입을 둘러싼 논의는 IMF 경제위기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 1998년 2월 경제위기가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노사정 대표가 모여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채택한 바 있다. 여기서 이들은 고용조정법 정비 방안을 비롯한 여러 추진과제에 합의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안정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그 후 노사정 위원회에 근로시간 단축 특별 위원회가 설치되었고 2000년 10월 여기서 「근로시간 단축 관련 기본 합의문」이 나왔는데 그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가 조속한 시일 안에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이 제도를 실시하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이 제도는 도입되더라도 일단 7월에 공공 부문, 금융 보험업, 10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토요 휴무제를 실시하는 곳이 많아서 일단 이 제도가 도입되면 많은 기업이 앞서서 이를 실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제도는 분명히 우리 사회의 다수 국민들에게 무척 낯설다. 하지만 1936년에 이 제도를 입법화한 프랑스 등 구미 각국은 말할 것 없고 1987년 이 제도를 도입한 이웃 일본이나 1995년에 이 제도를 채택한 중국 등의 경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각 부문에 미칠 이 제도의 영향을 어느 정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첫째, 이 제도는 중장기적으로 기업경쟁력에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다. 노동계는 이 제도가 많은 고용기회를 새로이 창출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공신력 있는 여러 연구기관에서도 고용 기회의 창출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특히 여성 고용의 창출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크게 반기고 있다. 그 외에 고용형태의 변화, 산업재해의 감소 등 여러 다른 영향이 노동현장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근로자가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자녀와의 유대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사노동에 참여할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가사노동에 대한 남성들의 전통적인 태도가 변화된다면 민주적 부부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이러한 여건으로 인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 쉬워 질 것이다.
셋째, 소비활동을 할 시간이 늘어나는데 이것은 계획적이며 합리적인 소비활동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과소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외식비, 문화비, 교통비 등의 지출 증대가 예상되며 사교육비의 증대도 우려된다. 또한 스포츠, 여행, 박물관 혹은 미술관 관람, 독서활동 등이 활성화됨으로써 육체적, 정신적인 건강이 증대될 수 있을 것이지만 건강한 문화활동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경마, 경륜 등의 도박성 오락이나 유흥 향락업소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게 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넷째, 자원봉사, 시민단체 참여 등 공익적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증대됨으로써 민주적 시민사회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취미, 스포츠, 문화 등에 관련된 교육이나 직업훈련 등 자기 발전에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가 늘어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제도 도입의 긍정적인 효과를 최대화하는 대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이 제도의 도입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국가 경쟁력이 강화되도록 신속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교회도 건전한 여가관을 갖도록 교육하고 건강한 여가시간 활용을 위해 환경, 시설, 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청소년들에게 커다란 관심을 갖고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준비해야할 것이다.
시민의 늘어나는 여가시간을 둘러싸고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과 건강한 사회를 추구하는 시민사회가 서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며, 다양한 문화영역들도 서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교회가 신속하게 그리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교인의 신앙 성숙과 교회의 선교에 매우 귀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강수태 교수는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를 취득했고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해 의욕적인 강연을 펼치고 있다. 강교수는 이번 마산교구 사제총회및 연수에서도 주5일 근무제 관련, 강연을 했다.
저서로는'일상생활의 패러다임'(1998, 민음사)과 '다시 지식인을 묻는다'(2001, 삼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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