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난 오후. 대부분의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지만, 삼삼오오 짝을 지은 여고생 여럿은 서둘러 음악실로 향한다.
곧이어 음악실에는 피아노 소리와 노래 소리가 울려퍼진다.
노래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노틀담수녀회」가 운영하는 인천 박문여자고등학교(교장=김종례 수녀) 중창단. 이들은 교사나 학생들 사이에서 큰 망설임 없이 학교의 자랑으로 꼽힌다.
「로고스」라는 말은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뜻. 신자 학생들로 이뤄진 로고스는 한 학기에 두 번씩 학년미사는 물론이고 개교기념미사와 입학·졸업미사, 성모의 밤, 부활 축제 등 학교 전례행사에서 성가대 역할을 한다.
특히 신앙으로 모인 학생들답게 로고스 부원들은 해마다 음성 꽃동네로 봉사활동을 떠나기도 한다.
지난해 가을, 일반적인 봉사활동 외에도 병동을 돌아다니며 즉석에서 마련한 「쾌유를 비는 음악회」는 아직도 사춘기 여고생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있단다.
친교·화합이라는 뜻의 「코이노니아」 또한 이에 못지 않은 박문여고의 자랑거리.
23년의 동아리 역사를 자랑하며 학교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명실공히 박문여고를 대표하는 동아리이다.
공연이 있을 때면 언제나 전통의 「빨간 단복」을 입는다는 코이노니아는 학교 축제인 「백합 예술제」를 비롯해 인천지역 여러 교외 행사에서도 빠질 수 없는 단골 초대 손님이다.
특히 전통의 동아리답게 선후배간의 사랑과 내부의 결속력은 그 어느 동아리에도 뒤지지 않는다.
로고스와 코이노니아 두 중창단 모두 이름만큼이나 실력도 인정받아 서강대가 주최하는 '가톨릭 청소년 성가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고, 「인천 합창제」에서는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박문여고의 중창단이 두각을 드러내는데는 지도를 맡은 이병직(스테파노·32·서울 신림동본당) 선생의 노력을 비롯해,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과 수녀들의 사랑어린 관심이 한몫을 했다. 이런 이유로 중창단원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각 중창단을 이끌고 있는 이보미(효주아녜스·17)양과 김선영(17)양은 『아름다운 성가를 통해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기회가 허락된다면 복지시설에서 자선 공연을 하고 싶다』고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인천 고교중창제」참가를 준비중이라는 로고스와 코이노니아 단원들.
함박 웃음 가득한 얼굴로 성가를 부르는 이들에게서 진정한 「화합」과 「하느님의 말씀」을 느낄 수 있었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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