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부활대축일이 되면 성 베드로 대성당을 비롯한 전세계 성당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미사가 봉헌되고 각국 풍습에 따른 경축행사가 열린다. 이에 본보는 각 지역마다 그 모습과 형태를 달리하는 부활풍속과 여러 상징들을 소개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우리 구원의 기쁨을 재삼 나누고자 한다.
▲ 온두라스 가톨릭 신자들이 부활축제일에 예수상, 성모상, 천사상 등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부활절은 성당에서는 물론 일반사회에서까지 예수부활을 찬미하는 종교적 축제 분위기로 들뜬다.
사제들은 축일전에 부활계란 등 음식을 축복하고 주부들은 부활 식탁 가운데에 계란을 놓고 그 계란 주위에 다른 음식을 두어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며 토끼형상의 무늬를 넣은 빵과 과자를 굽는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이탈리아인들은 주먹보다 더 큰 달걀모양의 초콜릿을 포장해 가족이나 이웃들에게 나눠준다.
로마 교황청에서는 성주간 동안 모든 사무를 일체 중지하고 세계각처에서 유학온 사제들은 성주간 행사를 돕기위해 손이 모자라는 각 본당이나 수녀원에 파견된다.
성금요일에는 교황의 주례로 과거 박해의 장소였던 콜로세움에서 '포로 로마노' 언덕까지 이어지는 십자가의 길 행사가 있으며 부활대축일 당일에는 많은 순례자들이 교황강복을 받기위해 성베드로 광장에 모여든다.
칠레
칠레는 1492년 콜롬버스가 남미대륙을 발견한 직후 가톨릭이 유입된 전형적인 가톨릭 국가로 전체국민의 85%가 가톨릭 신자다.
칠레 국민들은 부활성야 미사 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성당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또 성당 안팎에는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혀 둔다. 이때 전국의 모든 성당은 종소리를 우렁차게 울리며 감격적인 부활 소식을 온 세상에 알린다.
칠레의 부활축제는 부활 제2주일에 절정을 이룬다. 이때가 되면 전국의 모든 사제들은 신자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관할구역을 돌며 병석에 누워있는 노인들에게 병자성사를 베푼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이 전통에는 부활의 기쁨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는 넉넉한 마음을 담고 있다.
부활축제를 뜻있게 맞이하기 위한 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성주간 중 성금요일은 국가 지정 공휴일. 이날 신자들은 하루를 깊은 침묵 속에서 보내며 성당에서는 수난예절을 거행한다.
대도시에서는 거의 사라졌지만 시골에서는 요즘도 사순시기에 주민들이 한데 모여 십자가의 길을 바치는 풍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시골 마을에는 십자가의 길 14처가 설치돼 있어 생활 속에 신앙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불가리아
국민의 85%가 정교회 신자인 불가리아의 부활축제는 가족 중심으로 열린다.
부활절이 다가오면 각 가정에서는 부활절 달걀과 빵을 준비한다.
부활절 달걀을 장식할 때는 정교회를 상징하는 붉은 색을 주로 사용하며 집안의 최고 여자 연장자가 아이들의 얼굴에 붉게 칠한 달걀을 문지른다. 이것은 흰 얼굴에 붉은 빛을 띄게 함으로써 행복과 건강을 바라는 의식이다.
또 부활날 즐겨 행하는 의식으로 달걀깨기가 있는데 마지막까지 깨지지 않은 달걀을 가진 사람은 그 해에 가장 많은 축복을 받는다는 전설이 있다.
불가리아 사람들은 보통 부활절 아침부터 시작해 40일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그리스도 부활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한다. 이런 인사를 통해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고 그 의미를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폴란드
부활 하루 전인 성토요일, 폴란드의 각 가정에서는 '축복 바구니'에 붉게 칠한 달걀과 빵, 소금, 흰소세지를 넣어 축복을 받는다.
이 음식을 '할로우 페어'(신에게 바친 음식)라고 부르며 붉은 달걀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빵과 소금은 건강과 성공을, 흰소세지는 새 봄의 풍년을 의미한다.
부활절 다음 월요일에는 서로의 건강을 바라며 물을 뿌리는 특별한 관례가 있다.
스페인
스페인 전국 각지에서는 성 금요일에 수난행렬을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형언도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사건을 재현한다.
특히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이 강해 부활절이 되면 성모 마리아에게 꽃을 봉헌하는 퍼레이드를 벌인다.
스페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로는 투우경기가 있는데 경기 전 길거리에 소를 풀어놓은 다음 경기장으로 몰아넣는 풍습이 있다. 이때 소에 밟혀 다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 행사는 부활절에 행해지는 유명한 스페인의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 부활의 상징들
기쁜소식 드러낸 '표징'
부활초
부활초는 초기교회부터 로마와 다른 지역에서 부활성야를 밝히는데 사용됐다.
이 촛불은 전례에 도입되면서 그리스도 십자가의 희생이나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그리스도의 빛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비추며 앞장서 인도하던 불기둥(출애 13, 21∼22 참조)을 의미한다.
부활초에 새긴 십자가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며 알파(A)와 오메가(Ω)는 시작이자 마침인 그리스도의 영원성을 상징한다.
또 그 해의 연도는 인간의 시간 생활을 하느님의 영원한 계획에 연결하고 있으며 다섯개의 붉은 향덩이는 예수의 오상을 상징한다.
부활 종소리
부활대축일에 종을 치는 풍습은 러시아, 폴란드 등지에서 행해졌던 고대 풍습이다.
우크라이나 지방 같은 경우 부활날을 연중 가장 중요한 날로 여겼기 때문에 부활의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회의 종을 울렸다.
부활 종소리는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도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기쁜 소식을 실어다주며, 엄숙하고 경건한 가운데 주님의 부활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어린 양과 부활토끼
'어린 양'의 고기는 구세주를 상징한다.
중세때부터 부활 때 어린 양의 고기를 먹었는데 오늘날에는 어린 양과 토끼 모양으로 과자와 빵을 구워 축복을 받고 함께 나누기도 한다.
토끼는 눈을 뜨고 자는 동물이어서 죽음의 잠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여기서 부활과자 등을 선물로 교환하는 풍습이 생겨났다. 요즘 서양의 가정에서는 부활식탁의 한가운데 과자나 설탕으로 만든 부활 어린양을 두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