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의 수난시기인 일제하. 총독부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핍박받던 우리 민족. 한국의 역사나 지리, 민족정신이 담긴 책들이 판매금지되고 찢겨져 나가는 암울한 시기에 자주 민족의 주권을 널리 알리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3.1운동(1919). 우리 민족의 공고한 자주 독립의지와 일제 침략의 부당성을 전 세계에 알린 이 역사적인 사건은 민족문화운동과 그것을 주도하게 될 청년운동에 불을 붙였다. 전국 각지에서 청년운동이 활발해지고, 민족 언론기관이 탄생하고 각종 잡지가 잇달아 간행됐다. 이 시기에 조선일보(1920), 동아일보(1920), 시대일보(1924년 창간, 1926년 중외일보로 개칭), 월간 「개벽」 등이 발간됐다.
청년운동은 특히 종교단체에서 활발히 전개됐는데, 천주교회에서도 본당 청년회를 교구차원에서 통합시키려 서울교구와 대구교구에 청년연합회를 조직했다. 대구교구 청년연합회는 1924년 「남방천주공교청년회」란 이름으로 발족됐으며, 이 청년회는 사회?교육?출판사업 등을 의욕적으로 펼쳤다. 남방천주공교청년회는 기존 「해성여자 야학강습소」를 확장해 「해성여자학원」으로 교명을 고치고, 중학부를 신설했으며 「청년운동의 간부를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청년회에 소년부를 부설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식있는 남방천주공교청년들은 1927년 4월 1일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던 우리 민족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통해 희망을 선사코자」 가톨릭신문 전신인 「천주교회보」를 창간하게 된다. 이후 천주교회보는 「가톨릭신보」 「가톨릭시보」로 제호를 변경했으며 1980년 4월 6일 「가톨릭신문」으로 제호를 확정했다.
천주교회보 창간 당시 우리나라 총인구(외국인 포함)는 1900만명, 이중 가톨릭신자(경성?대구?원산 3교구)는 약11만명으로 추산된다. 대구교구는 관할구역 내 영남지방에 15개 본당, 호남지방에 11개본당, 신자수는 3만4299명, 성직자는 외국인 17명, 내국인 23명이었다.
발전과 혼돈, 성장을 거듭해 온 격동기 한국사회 안에서 교회가 걸어온 발자취와 숨결이 담긴 가톨릭신문.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에서 방황하던 한국교회와 사회에 건전한 이정표를 제시해온 가톨릭신문은 한국교회사에 있어 사료로서의 가치도 지대하다 할 것이다.
가톨릭신문은 1920년대 후반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간행돼왔다. 이는 75년간 한국교회와 함께 해왔고, 나아가 우리 민족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지면에 담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가톨릭신문은 현대 한국교회사를 연구하고 정리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자료집이라 할 수 있다. 가톨릭신문을 통해 일제시대와 해방후의 교회모습과 사회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6.25 휴전 후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결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 전개된 세속과 사회질서의 쇄신운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현대 한국교회의 언론출판 역사 연구와 한국 근세근대사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연구에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사료로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75년간 겨레와 함께하며, 우리 민족의 쓰라린 상처를 사랑의 손길로 감싸안는데 앞장서온 가톨릭신문. 시대에 영합하지 않고 오히려 시대를 선도해 온 가톨릭신문은 오늘날 만연해 있는 퇴폐 풍조와 황금만능주의의 시대사조에도 과감히 맞서, 가톨릭적 윤리관을 온 겨레의 가슴에 심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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