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후 세번째 맞는 성년
4월 1일 - 해마다 맞는 본 신문의 창간 기념일 이지만 75주년이 되는 올해의 기념일은 예수부활대축일 바로 다음 날 이기에 그 기쁨이 한층 더합니다. 또한 통상적 성년(聖年) 주기로 세번째가 되는 해이기에 현 교황이신 요한 바오로 2세께서 큰 축복과 아울러 격려의 말씀을 우리 신문에 종사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보내 주셨습니다. 고유한 문자와 문명을 자랑하는 아시아 문화권에서 복음화를 위한 힘있는 홍보매체이길 축원하셨습니다.
새 생명을 움트게 하는 봄 기운 처럼 각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온 국민 모두에게 하느님의 지배가 새로워지며 구원의 문으로 이르게 하는 기쁜 소식지가 되도록 다시 한번 힘과 지혜를 합쳐야 할 때라고 여겨집니다. 가슴 벅차 오르는 부활의 기쁨과 함께 고무된 마음으로 그동안 알게, 모르게 도와 주신 모든 은인들께도 이 기쁨을 전합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우리 신앙의 핵심이며 바탕인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믿음과 죽은이들의 부활에 대한 가르침을 전하는 서두에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형제 여러분, 전에 내가 전해 준 복음을 여러분의 마음 속에 되새겨 주려고 합니다. 이 복음은 여러분이 이미 받아 들였고 또 여러분의 믿음의 기초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헛되이 믿는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고 내가 전해 준 복음 그대로 굳게 지켜 나간다면 여러분은 이 복음으로 구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나는 내가 전해 받은 가장 중요한 것을 여러분에게 전해 드렸습니다』(고린토 전서 15, 1~3 공동번역).
가장 소중한 것 전해야
사실 우리 모두는 예외없이 우리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생명을 전해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생명을 바람직하게 지키고 완성해야할 가르침(사랑과 진리)도 전해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전해 주어야할 사명을 띤 입장에 서 있습니다. 줄곧 온전히 이어져야 할 생명의 고리에서 이탈될 수 없는 자기 자리(고유직분)를 지켜야 합니다. 생명을 건네주고, 생명을 지키고, 급기야 그 생명을 완성하는데 기여해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전해 받은 가장 소중한 것을 전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1927년 창사이래 우리 가톨릭신문이 하는 주된 역할이 직간접적으로 생명의 전수관계를 원활히 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일제의 강점으로 우리말 사용이 자유롭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높은 문맹률(당시 80%)과 변변찮은 신앙의 자유, 소수의 신자, 곤핍한 재정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딛고 『손이 있어 쓰게 하고, 눈이 있어 보게』하면서 교회의 정통 가르침을 전하는 거간(居間)이 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초창기의 사시(社是)가 소식보도, 의견교환, 보조일치였던 것으로 압니다.
창간 60주년 사사(社史)를 펴면서 사주(社主)이신 이문희 대주교님께서 남기신 격려사가 되살아 납니다. 『60년을 사는 동안 어려움들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중략…큰 교회를 위해서 죽으라면 눈을 딱 감고 죽는 애절한 운명을 스스로 짊어진 목숨이었습니다…중략…이 신문을 살리기 위하여 애쓰신 여러 선배들의 노고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중략…』
이상의 글귀 속에서도 보듯 교회 언론으로서의 자리매김에 내외적인 시련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지금인들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초창기 때와 같은 유형의 어려움들은 어느 정도 가셔지고 약화되었다 하더라도 그에 못지 않는 장애들과 다른 형태의 난제들이 숱하게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옛 말에 인간 다반사 「갈수록 태산」이라고 했나 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복음화를 잘 하기 위해 먼저 시대의 징표를 민감하게 감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한 시대의 징표중 하나로 손 꼽을 수 있는 것은 현대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정과 가족의 환경도 예외는 아닙니다. 산업화 되면서 농경 사회의 대가족 중심에서 도시 중심의 핵가족 상황으로 치닿고 있습니다. 핵가족이 되고 거기에다 맞벌이 부부가 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면 더욱이 구전(口傳)으로, 표양으로 전해지던 전인적 가르침은 단절되고 맙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지향하는 교회 공동체가 의인들도, 죄인들도 함께하는 공동체이지만 회개(하느님께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없이 세상 끝날까지 있어도 좋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사시에서도 나타나듯 보조일치란 세상 깊숙이 자리한 교회공동체가 전통적인 가르침에 발맞추어 정통성을 잃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 말임을 압니다. 교우들의 숫적 증대(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질적 성숙이 더욱 절실히 요청되는 작금입니다. 우리 가톨릭신문이 신앙인들의 내적 성숙을 다지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정성을 보탤 것을 마음 속 약속으로 애독자 여러분들께 말씀 드리면서 또 한해를 더하는 75주년의 의미를 살리겠습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 줄 수 없다」(Nemo dat quod non habet)는 말이 있습니다. 건네주기 위하여 먼저 내가 갖추어야 함을 생각하면서 모두에게 주님의 풍성한 축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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