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의 그늘에 놓여있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그리스도인들의 손길은 새로운 희망이 된다. 특히 혼자 힘으로는 짙은 소외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든 이들에게 다가가는 기쁜 소식은 그 자체로 새삶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하느님나라를 함께 꿈꾸는 이들의 삶을 나누고 세상 속 그리스도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가톨릭신문은 소외의 대지를 사랑으로 적시는 영적 샘이다.
믿음의 삶에서 잠시 비껴 서있던 이, 한없이 퍼부어진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온 이, 이기적인 사랑으로 사랑의 힘을 소진시켜온 이…. 이런 이들에게 다가간 가톨릭신문은 새로운 사랑에 눈뜨게 하고 어둠의 삶에서 새삶으로 나아가는 탈출구가 된다.
교도소, 군부대, 벽지공소, 중국 조선족공동체…. 그 어느 곳보다 사랑을 필요로 하는 소외의 현장으로 애독자들이 전해주는 가톨릭신문은 전국 방방곡곡을 적시는 사랑의 물줄기가 된다.
가톨릭신문이 가 닿아 작은 하느님나라를 꽃피우고 있는 현장 속에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본다.
# 풍경 1 - 군부대
"김 일병, 여기 있던 가톨릭신문 어디 갔어?" "어, 박 상병님이 가져 가셨는데…" "참, 다 보지도 않았는데"
경기도 포천군 운천리에 위치한 육군 ○○부대 1중대 3소대 내무반. 하루 일과가 빨리 끝나는 토요일 오후면 병사들 사이에선 종종 조그만 입씨름이 인다. 20여명이 함께 지내는 내무반에 들어오는 한 부의 가톨릭신문을 두고 벌어지는 조그만 소동은 신자 병사들 사이에선 기분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다. 지난해 초 제대한 천 병장 이름으로 꼬박꼬박 배달되던 가톨릭신문이 그 해 여름을 끝으로 끊겼다가 지난 겨울부터 다시 배달되면서 나타나는 풍경이다. 천 병장이 있을 때만 하더라도 신문의 소중함을 몰랐던 신자 병사들이 군종후원회 등을 수소문해 다시 받아보게 된 것이어서 이들에게 가톨릭신문은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한 소대별로 한 부씩 들어오는 가톨릭신문은 신자 병사들에게서만큼은 다른 신문들보다 인기있는 품목이다.
"어릴 땐 복사도 서며 교회활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군에 입대하면서 잠시 멀어졌던 마음을 가톨릭신문을 통해 다잡을 수 있어 좋습니다(권기존 상병)"
"군이나 교도소 등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소외된 곳의 얘기가 좀 더 많이 실렸으면 좋겠습니다(전형선 일병)"
# 풍경 2 - 벽지 공소
"허허, 오늘도 한발 늦었군"
신자 가구 40여세대 주일미사 참례자수 60여명인 경주 성건본당 산내공소의 주일은 신자들을 기분좋은 긴장감으로 들뜨게 하는 날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공소 성당 입구에 놓이는 17부의 가톨릭신문이 주일에도 긴장을 완전히 놓지 못하게 하는 주인공이다. 세대수에 비해 적은 부수가 배달되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발품을 팔아야 신문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다니엘형제 이번에는 내게 양보하는게 어때요?" "형님댁하곤 멀어서 신문을 되찾으러 가기도 힘들잖아요. 안드레아형제한테 빌려 보시죠?" "하는 수 없구만"
조금만 일찍 집을 나섰더라도 이번 주는 집에서 편안히 가톨릭신문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권갑룡(마르코·62)씨는 입맛을 다셔야 했다.
"지난주는 이런 일이 있었구먼" "어유, 이 신부님이 돌아가셨네…" 공소예절이 끝나고 나면 삼삼오오 둘러앉은 산내공소 신자들은 가톨릭신문을 펼쳐들고 한동안 자리를 뜰 줄 모른다.
벌써 몇 년째 공소로 배달되는 가톨릭신문에는 발신자의 이름도 없어 누구에게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신문을 통해 얻은 교회에 대한 여러 지식은 삶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힘이 된다. 모아둔 신문을 이웃의 비신자들에게 전하며 꾸준히 전교활동을 펼친 덕에 산내공소에는 매년 5∼6명 이상의 새 형제들이 불어난다.
"형제들끼리 모여 삶을 나누고 신앙을 키워나가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릅니다"
올해로 3년째 공소 회장을 맡아 오고 있는 김원흥(세례자 요한·66)씨는 사랑이 배인 가톨릭신문을 통해 꾸준히 늘어나는 형제들을 보며 또 신자들 자랑이 늘어진다.
# 풍경 3 - 교도소
김광균(가명·42·알렉시오)씨에게 가톨릭신문은 새로운 세상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설렘의 공간이다. 마산교도소에 들어온 지 3년째 되던 해 동료 재소자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가톨릭신문은 그를 하느님께로 이끈 고마운 인연이다.
억울함과 답답함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지내던 김씨에게 신문을 통해 다가온 교회 안팎의 소식은 갇힌 자신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탈출구가 되어준다. 매주 사동으로 배달되는 60부의 가톨릭신문은 김씨를 비롯한 이곳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살찌우는 영적 샘이 되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보내주시는 신문으로 저희들의 삶은 매주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하느님께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교도소 내 신자 재소자들의 대표인 신상준(가명·41·엘리야)씨는 신자들의 신앙생활 자랑이 여느 본당 총회장 못지 않다.
한사람 한사람 모두에게 돌아갈 수가 없어 몇 사람이 돌려가며 봐야하는 가톨릭신문은 교도소에서 세례를 받고 처음 하느님을 접한 이들에게는 바깥세상의 생생한 교회를 맛보게 하는 기쁨이기도 하다.
김씨를 비롯한 많은 재소자들이 출역하는 공장에까지 신문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꺼내보는 바람에 며칠이 지나지 않아 금새 너덜너덜해지고 만다.
"소공동체 활동, 신앙생활 등 신문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메워줄 길을 발견했을 때 새로운 오아시스를 발견한 양 기뻐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신문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밖에 있었으면 너무도 대하기 쉬워 오히려 다가서지 못했을 하느님께로 가는 길을 가톨릭신문은 조금씩 조심스럽게 열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은인들의 정성으로 교회 소식에 목말라 하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가톨릭신문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다.
군부대 장병으로부터 감옥의 재소자, 산간 오지의 공소, 중국 연변의 조선족 동포 등에 전해지는 가톨릭신문은 그들의 삶의 곳곳에서 자그마한 기적들을 연출해내고 있다.
■ 이태리 밀라노에서 온 편지 - 김경애(수산나)씨
“가톨릭신문 통해 이국생활의 고달픔 훨훨 떨쳐 버립니다”
▲ 김경애씨
서울 본당에서 어느날 가톨릭 신문사에서 나오신 분들의 권유로 처음 가톨릭 신문을 1년간 구독 신청하고 대녀 가족에게도 필요할 것 같아 역시 1년간 구독 선물을 한지가 벌써 3년 전의 일로 기억이 됩니다.
신앙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매체를 통해 교구와 이웃 본당의 소식 그리 고 여러 형제. 자매님들의 살아 가는 소식과 같은 신앙인으로서의 삶의 체험을 접할 수 있고 잊혀진 교리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이역만리 밀라노에서 와서도 가톨릭신문에 대한 사랑은 여전합니다. 오히려 고국에서 보다 훨씬 정겨움과 친밀함이 더합니다. 이국생활의 고달픔을 훨훨 떨쳐 버리는데 가톨릭신문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듯 합니다. 바쁜 생활 가운데서도 가끔식은 여유를 갖고 신문을 펼쳐봅니다. 역시 가톨릭 신문은 우리 가톨릭 신앙인이면 누구나 곁에 두고, 읽고서 주위 교우들과 나눌 수 있는 진한 감동이 어린 소식들이 많았고, 한국 천주 교회의 흐름을 한 눈에 읽을 수 있었고 신앙인으로써 꼭 익혀야 할 신앙 지식도 알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저 개인적으로 신앙 생활에 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신앙인은 물론 조용히 묵상을 하면서 주님께 열심히 기도드리는 것이 기본이고 대단히 중요하지만 신심을 더욱 담기 위해서는 이런 나눔의 장소도 중요하다고 보며, 특히 대자, 대녀들과 마음을 나누기 위해 한부의 가톨릭 신문의 선물도 대단히 의미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때도 그러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때 창동에 살던 사랑하고 언제나 마음이 따뜻했던 대녀에게 1년간의 구독 선물이 그렇게 좋을 수 가 없습니다.
이렇게 알차고 좋은 가톨릭 신문이 간혹 권유에 의해서 구독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이는 형제, 자매님들이 살아 가는데 이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고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구전 홍보가 있어야 되겠지만, 독자들이 더욱 편안하게 접하고 읽을 수 있도록 전체 배열 혹은 나열에 조금더 여유를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또한 다소 딱딱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성서적인 어귀는 부드럽게 표현이 되어 보아서 편안하고 읽어서 재미있는 신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멀리서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교우들과 비신자들의 전교 활동을 위해 해외 본당 신자들도 보다 많이 가톨릭 신문을 구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밀라노 한인본당에서 수산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