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기원전 1500년경부터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을 받아 다양한 문화와 종족을 갖게됐다. 특히 450여년간 포르투갈의 지배하에 있다가 1961년에야 비로소 독립되었기 때문에 인도교회는 해방 이후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는 오랫동안 유럽 교회의 전통적 문화와 관습이 전체 인도교회에 깊숙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인도교회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1962년부터 65년까지 진행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구현이었다. 마침 인도교회가 쇄신과 변화를 모색하고 있던 시기와 맞물려 공의회가 개최됨으로써 본격적인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던 것이다. 따라서 인도교회의 새로운 출발점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이처럼 인도교회가 공의회 정신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필연적으로 선택했던 사목적 대안이 바로 소공동체였다.
■ 고아대교구
사목센터에서 소공동체 기획 주도
고아는 450여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남아 가톨릭 신자들이 많고, 복장과 생활습관도 유럽식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던 포르투갈 교회의 벽을 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고아대교구는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해방 이후인 60년대부터 쇄신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오다 64년 처음으로 전례센터를 건립했다. 교구 사목의 활성화를 위한 첫 출발이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교리, 가정, 청년 등 그때그때 시대적 상황과 필요에 따라 사목 센터들을 건립해 현재 15개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사목 센터들은 90년대에 이르러 고아지역의 소공동체 활성화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후 7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이른 고아대교구는 83년 교구 사목교서를 통해 처음 소공동체와 사목회의 구성을 중점 사업으로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80년대까지 소공동체를 뿌리내리는데 큰 효과를 보지 못하던 고아대교구는 9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소공동체 활성화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특징은 당시 소공동체의 모든 기획과 방향이 바로 이렇게 건립된 다양한 사목센터들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점이다. 즉 교구의 새로운 사목적 쇄신과 발전을 위해 마련된 센터들이 교구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사제단의 합의 과정을 거치며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인 기틀을 마련해나간 것이다. 특히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현재 1400만 인구에서 450만이 신자인 이 대교구에는 157개 본당들 중 131개 본당에서 소공동체가 활성화 되어있다.
■ 망갈로르교구
반.구역장 활용, 중앙위원회서 조정
400만 인구에서 40만명이 신자인 망갈로르교구도 고아대교구와 마찬가지로 본격적으로 소공동체가 활성화된 것은 90년대 들어서다.
망갈로르교구가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내세운 방법은 굴카(GURKAR) 즉 우리 교회로 본다면 규모면에서는 구역장이며 내용면에서는 반장이라 할 수 있는 대표자를 적극 활용한 방법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본당 각 소공동체를 대표하는 굴카와 2명의 소공동체 임원이 본당 사목회 임원으로서 활동한다는 점이다. 소공동체 회원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이들은 자신들의 소공동체를 대표해 본당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나가게 된다. 다시 말해 각 소공동체마다 기본적으로 3명은 본당 사목회 위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각 소공동체들은 굴카를 포함한 3명의 대표자들 외에 투표로 7명의 대표를 더 선정해 소공동체의 원활한 운영과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는 대략 25세대로 구성된 소공동체 회원들 중에서 가능한 모든 이들이 한번씩은 대표자로 활동하게 해서 그만한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일깨우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망갈로르교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다 소공동체 모임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중앙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다. 이 위원회는 본당 사제, 수도자를 비롯해 각 소공동체 10명의 대표자들 중에서 각각 1명씩을 선정해 본당의 전반적인 소공동체 운영을 조정해나가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중앙위원회에서는 각 소공동체의 대표자인 위원들을 통해 현재 개개 모임의 상황을 점검하고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더 보완되고 필요한지를 살펴 이를 적극 지원해나가고 있다. 망갈로르교구가 이처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소공동체 운영을 해온 결과 현재 150개 본당중 140개 본당이 이러한 조직 체계를 가지고 매진하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 소공동체 모임 망갈로르교구 안젤로본당의 「베르마이」 소공동체 모임. 마지막에는 노래와 연극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으로 친교를 다진다.
■ ‘베르마이’ 소공동체
남녀노소 모두 참석 ‘마을 축제’
너도나도 본당 . 지역발전에 앞장
망갈로르교구 안젤로본당의 「베르마이」 소공동체는 한 달에 한 번 마을 축제를 성대하게 연다. 구역 내 32세대 100여명의 신자들이 함께 모여 하느님 말씀 안에서 복음을 나누고 생활을 나누는 뜻깊은 장이 바로 한 달에 한 번있는 소공동체 모임이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는 남녀 노소 구분 없이 구역 내 신자들이 전원 참석한다. 따라서 노년층, 장년층, 청소년층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베르마이 소공동체 회원들은 이 모임에서 7단계 복음나누기를 하고, 여기서 나눈 복음 정신에 따라 어떤 활동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갖는다.
또한 모임 말미에는 노래와 연극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지며 서로간에 친교를 재확인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들에게 있어 소공동체 모임은 복음과 생활을 나누고 이웃간에 사랑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인 것이다. 비단 이 공동체뿐 아니라 망갈로르교구 전체에 이런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지난 99년 처음 소공동체 모임을 시작한 이 공동체에는 현재 소공동체 대표인 굴카를 포함해 2명의 대표자들이 본당 사목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 제안된 여러 의견들은 곧바로 본당 사목회의에서 다시 논의돼 본당 사목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소공동체 회원들이 본당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참여합니다. 이들은 소공동체를 하면서 신자로서 본당의 발전을 위해 적극 봉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험했습니다』
소공동체 전담 아터 신부는 이 모임을 통해 구역민들이 주체적으로 본당과 지역 발전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더구나 예전 사제와의 친밀감이 거의 없었지만 이젠 교회 발전의 동반자와 협조자로서 서로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제들이 본당의 소공동체 모임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본당 사목회에 소공동체 대표자들이 위원으로 함께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감대였다.
실제로 소공동체 모임을 지속적으로 열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성서 말씀에 맛들여 자신들의 삶을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려는 노력을 해나가게 됐으며, 지역 현안 문제 예를 들어 도로, 다리 보수 공사 등도 이 모임의 회원들이 전원 서명한 서류를 직접 구청에 제출하고 건의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신자들뿐만 아니라 비신자들을 위해서도 환자 방문, 가난한 학생 학비 보조, 집수리 등 이웃 사랑 실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한국교회 사제들이인도로 간 까닭은?
「종교의 나라」 인도. 흔히 하나의 대륙으로 불릴 만큼 다양한 민족과 사회 형태, 방대한 인구를 지닌 반도국가이다.
서울, 원주, 마산, 전주, 인천 광주 등 6개 교구에서 사제 16명과 소공동체 관계자 4명이 3월 11~18일 인도교회 소공동체 현장 체험을 위해 고아대교구와 망갈로르교구를 방문했다. 이들은 2개 교구에서 소공동체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는 사제를 비롯한 평신도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갖는 한편, 직접 소공동체 모임에 참여하며 인도교회의 소공동체 실태를 살펴보았다.
특히 이번 현장 체험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소공동체를 도입한 인도교회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소공동체가 왜 필요하고 활성화돼야 하는지를 다시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 사제들과 관계자들은 이번 일정 동안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목적 계획, 본당들의 소공동체 유지과정, 시행되고 있는 교육, 소공동체의 장점과 직면해 있는 장애 등을 심도 있게 점검했다.
본지는 첫번째로 고아와 망갈로르교구가 소공동체를 뿌리내리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다양한 노력과 특성을 소개하고, 이어 이를 현장에서 지켜본 한국 사제들과 관계자들이 과연 어떻게 느꼈고 평가했으며, 여기서 본 것을 향후 한국 교회에서 어떻게 심화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두 번에 걸쳐 소개한다.
▲ 인도 소공동체 방문 한국교회 사제단 16명과 평신도들이 3월 11~18일 인도교회 소공동체를 방문했다.
■ 인도교회는?
신자 1342만명 본당은 6277개
인도교회는 지난 98년 조사에 따르면 10억 인구 중 복음화율이 1%대를 넘어섰으며, 힌두스 83%, 무슬림 11% 등의 종파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교회의 신자는 1342만명에 이르고 있고 대교구 19개, 교구 103개가 있다. 또한 6277개의 본당을 두고 있는 이곳은 주교 150명, 사제 1만5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수도자는 6만3000명이고 대신학교는 6310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