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성모신심이 일어남
3) 야고보의 원복음서
150~200년 사이에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야고보의 원복음서」는 가히 「마리아의 복음서」라고 할만하다. 이 위경은 마리아의 인격에 대하여 독립적인 관심을 보인 초대교회의 저서이다. 그러나 위경(僞經)이 의미하듯이 우리가 그 내용을 전부 받아들일 수는 없으나 저자의 의도와 그 당시 상황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 당시는 마리아의 평생 동정에 대한 믿음이 이미 널리 전파되어 있었고 적어도 「예수의 형제들」에 대한 성경의 언급(마태 13, 55)에 대해 신앙 공동체들이 올바로 알고 있던 때였다고 보여진다. 형제라는 표현은 셈족의 세계에서 2촌만을 의미하지 않고 가끔 친척(4촌, 6촌, 8촌 등)과 동맹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칭하기도 한다. 아브라함은 조카 롯을 『우리는 형제지간이다』(창세 13, 8)라고 하였다. 이것을 보더라도 「예수의 형제들」이란 표현은 성모 마리아에게 여러 아들들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다.
야고보의 원복음서가 다루는 마리아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마리아의 기적적인 탄생이다. 천사가 나이가 많은 부모 요아킴과 안나에게 예언적 탄생 소식을 전하자 마리아가 태어나게 되었다. 둘째는 부모들이 마리아가 세 살 때 성전에 봉헌하였다. 셋째로 마리아는 어떤 징표를 통해서 나이 많은 요셉과 약혼하였다. 넷째로 성모 영보는 예루살렘의 어느 집에서 일어났으며 이에 관한 내용이 복음서보다 더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다섯째로 요셉은 나이 많은 홀아비로서 여러 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마리아에 관해 의심하자 조산원이 대사제 앞에서 마리아의 동정(童貞)을 증언하고 마리아도 자신의 무고함을 증언하였다. 여섯째로 성경에 등장하는 「주님의 형제들」은 요셉의 전처가 낳은 아들들로 되어 있다. 야고보의 원복음서는 비록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 위경이지만 초대교회 당시 구세주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위대성을 문학 작품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겠다.
4) 성 이레네오 주교
그는 「이단자를 거슬러」라는 저서에서 마리아를 새로운 하와로 소개하였다. 『하와가 악령의 전갈로 매혹되어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그분에게서 소외되었다면 마리아는 천사의 전갈을 받고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자기 태중에 하느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하와는 유혹에 빠져 하느님을 거역했으나 마리아는 천사의 말씀을 받아들여 하느님께 순종하였습니다』
하와는 희망적인 이름이다. 모든 생명체의 어미로서 성경은 『지아비에게서 나온 여자』, 『인류의 어머니』로 칭한다.
사실 여성과 생명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하와가 육적으로 태어날 모든 이들의 첫 번째 여성으로 상징된다면 마리아는 죄에서 해방된 모든 이들의 영적인 어머니로 상징될 것이다. 그 이유는 제 2의 아담이신 그리스도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신 새로운 인간의 전형이시므로 진리와 정의, 은총의 근원 그리고 생명을 주는 영적 존재이신 분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 이레네오 주교가 마리아를 새로운 하와로 소개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내용이다. 육적으로 첫 번째 어미가 된 하와는 악령의 유혹에 넘어가 죄를 범했으나 영적 존재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천사의 말씀에 순종하여 이 세상에 구원을 가져온 분의 어미가 되신 것이다.
5) 여러 교부들의 증언
오리게네스는 예수님의 탄생 이전과 이후에도 마리아가 동정을 지켰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4세기 중엽 이후 베르나의 제노는 그 당시 교회 공동체가 믿고 있던 전통적인 믿음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얼마나 놀라운 신비인가! 동정녀 마리아는 더럽혀지지 않고 잉태하였다. 출산 후에도 그녀는 동정으로 남아 있었다』
암브로시오와 아우구스티노 성인들도 마리아의 평생 동정성에 관해 열렬히 옹호하였다. 후대의 성인들, 특히 성 베다, 성 베르나르도, 성 안셀모도 예외는 아니다. 마리아 학자로 이름있는 성 베르나르도도 성모신심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봉헌했을 때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라고 한 시몬 예언자의 말씀은 당신 아들 예수님의 십자가 옆에 서서 고통 당하신 어머니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였다.
6 )에페소 공의회
431년 소 아시아의 에페소에서 개최된 이 공의회는 마리아에게 테오토코스(천주의 모친)라는 칭호를 부여하였다. 출발은 그리스도의 천주성과 인성에 관한 논쟁이었는데 네스토리우스의 주장을 단죄하고 그리스도에게는 천주성과 인성이 있으나 위격으로는 한 분이므로(위격적 결합) 마리아는 천주의 모친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의결하였다. 그리하여 이런 엄청난 칭호가 성모님에게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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