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일랑(一浪) 이종상(요셉·64·서울대 미대교수 및 박물관장) 화백의 40년 작업세계는 한 예술가의 업적 차원에서 머물기보다 한국화단의 맥을 이어가는 기나긴 산맥 가운데 한 줄기로 평가되고 있다.
이화백의 40년 족적을 통해 한국화를 조명한 한 권의 책이 출간됐다. 평론가 류병학씨가 인문, 철학, 미술, 한국사를 두루 총망라한 거시적인 시각에서 화가 이종상을 분석하고, 한국화의 흐름을 읽어낸 「이것이 한국화다」가 바로 그것.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우선 신(新) 풍속화와 신(新) 벽화시리즈, 현대진경 시리즈 등 일랑 이종상 교수의 초기 작품을 정치, 사회, 미술사적 맥락에서 두루 살펴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이화백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원형상」시리즈를 풍수지리와 동양사상, 서양미술과 나란히 놓고 비교분석, 단계적으로 변화된 그의 신(新) 벽화를 심미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아울러 마지막 3부에서는 그가 천착하고자 했던 한국미술의 자생성에 대한 타자들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분석, 류씨가 재해석했다.
책의 말미에서는 지난 97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 카루젤 샤를르 5세 지하홀에 설치된 「원형산 97061-마니산」의 작품적 의의와 제작과정, 그리고 이화백의 의도를 소상하게 읽어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그간 이화백의 작품세계를 분석한 각종 글과 관련 자료를 분석하면서 오독한 부분이나 작품에서 미처 읽어내지 못했던 부분을 샅샅이 찾아냈다.
이로써 이화백의 40년 작업세계가 일관된 시각으로 읽혀지고,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한국화의 일부분이 조명돼 이 책의 의미를 더한다.
또한 대부분의 평론이 당시의 시대적인 환경을 배제하고 작품을 분석한 반면 저자는 작품의 형식적, 미학적 분석뿐만 아니라 각 작품이 생산된 당시의 사회적인 배경 속에서 작품을 조명하고 있다.
아울러 작가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 한국화단의 실상, 그리고 생활인으로서 작가의 삶까지, 한 작가 작업에 영향을 끼친 모든 요소를 회고함으로써 이화백 회화의 역동적인 힘을 끌어내 보여준다.
이화백은 겸재 정선의 동국진경을 변형시킨 조어 「현대진경」이라는 일종의 「신토불이 화법」을 창안, 아파트와 전선이 들어서 있는 남산을 그린 「남산」시리즈, 독도의 실경을 그린 「독도」시리즈 등 독특한 화풍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1960년대 화단 데뷔 당시 3회 연속 국전 입상, 최연소 국전 초대작가 등으로 선정된 이화백은 화가로서 드물게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해 한 차원 높은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또한 그는 「한국현대미술의 자생성-일랑 이종상 한그림 40년」 「한·중·일 수묵화」초대전 등 다수의 작품전을 가져왔다.
다양한 시각과 이색적인 글쓰기로 이화백을 분석한 평론가 류병학씨는 문학, 철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발표해온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을 가진 작가이자 국내외 각종 전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아트북스/359쪽/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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