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는 성서말씀은 인천교구 최기산 주교가 평소 생활의 좌우명으로 지니고 있는 화두다.
4월25일 인천교구 제2대 교구장 착좌식을 앞두고 있는 최주교는 교구장에 착좌하는 소감 역시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노력을 다하겠다」는, 예의 「진인사 대천명」의 소신을 보인다.
『어깨가 무겁다』고 교구장 착좌의 변을 덧붙인 최주교는 『그러나 결코 혼자한다는 생각이 아니다』며 『사제단 교구민들과 함께 하느님이 주신 역량을 열심히 발휘하면 도와주실것 이라는 기도와 함께 봉사하는 마음으로 교구를 운영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네오 까떼꾸메나또 아시아 주교회의 등 바쁜 일정을 앞둔 가운데서도 본지를 위한 인터뷰 시간을 배려한 최주교는 직접 꽃차를 끓여 방문객을 맞이하는 친근한 모습이었다.
최주교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초대교구장 나길모 주교가 인천교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첫 순서에 올렸다.
『나주교님이 40여년동안 인천교구를 위해 헌신하신 모습은 훌륭했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먼저 자신이 선교사였기에 선교에 최선을 다하셨죠. 당시 9개였던 본당이 이제 준본당을 합쳐 85개로 늘어난 것은 나주교님이 얼마나 선교에 전력하셨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리고 신학교를 건립하신 것 역시 지역의 복음화 선교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시대의 교회쇄신을 위해 인천시노드를 개최한 것 역시 나주교님이 세우신 큰 업적이었다』고 부언한 최주교는 『신앙적으로도 열심히 사셨고 늘 검소하게 아끼는 생활을 하신, 인간적인 면으로도 존경하는 선배 사제요 선교사』라고 나주교의 인품을 밝혔다.
인천교구장으로서 교구 운영 방안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면서 최주교는 인천교구를 둘러싼 급변하고 있는 지역 사회 분위기를 우선적으로 설명했다.
『송도에 신도시가 건설될 예정이고 송도에서 인천공항 배후단지까지 다리가 설치됩니다. 또한 동아매립지도 첨단 국제단지로 조성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20년 동안 인천지역은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유입인구가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교구는 교회의 근본인 선교활동에 역량을 투입해야 할 것입니다』
변화하고 있는 지역내 환경을 깊이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역설한 최주교는 시노드를 통한 20년동안의 교구 중장기 계획과도 맞물리면서 인천지역의 개발 확장은 인천교구 발전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40년 교구 역사를 반추하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쇄신의 기틀로 마련됐던 인천교구 시노드. 그에 대해 최주교는 『지난해 대폭적으로 개편된 교구 조직은 시노드 정신을 구체적으로 사목 현실에 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며 『선교국의 신설 사목국 강화 사목연구소 출범 등이 새복음화 재복음화 작업을 위한 사례이고 또한 사회사목국 신설은 사회복음화 활성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직제 개편을 통해 가시적으로 업무 분담은 분명해 졌습니다. 이제 각 부서들이 「시노드에서 제시한 것을 어떻게 조정하고 연구해 나가면서 구체화시키느냐」 라는 문제가 관건일 것입니다. 선교국의 경우 선교 매뉴얼을 만들고 선교단도 만드는 등 출범후 1년동안 기본적인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구체적으로 실천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 같고, 사목국 사목연구소의 경우도 소공동체 책자를 제작하고 구반장 교육도 배로 늘리는등 노력을 가속화 시키는 중입니다』.
사회사목국을 통한 사회복음화 활동도 계속적으로 신경 쓸 부분이라고 피력한 최주교는 「특히 인천교구는 타도시에 비해 노동자 비율이 높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위한 교회의 관심은 사회복음화 측면에서 적극 배려되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짠물」이라고 표현되는 인천지역의 특성 안에서 인천교구가 지니고 있는 강점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오랜 선교사 시대를 거치면서 선교사들이 보여준 나름대로의 서구적인 사고방식 삶의 양식들이 자연스럽게 사제단이나 교구민들에게 전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타교구에 비해 보수적이라기 보다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있고 합리적인 면도 있지요. 』
그같은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면들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회 역할을 좀 더 주저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밑 배경이 됐었다는 해설이다.
최근에 발표된 2001년 교세통계표와 관련, 인천교구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최주교는 주일학교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초 중 고등부로 갈수록 출석률이 55.32% 29.22% 16.06%로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청소년은 교회의 미래라고 하는데 이런 출석률을 가지고 어떻게 교회의 미래를 밝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교회에서 발길을 돌린 청소년들이 대학에 가서 다시 교회를 찾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같은 현실을 보면 앞으로 10년후 교회 모습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에 대한 대안은 「신앙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 최주교는 교구청 인근 몰몬교 지부 청년 선교사들 예를 들면서 『자신의 교회를 위해 어린 나이에 이국만리 타국을 찾아온 젊은이들 모습을 볼 때 마다 「우리 교회는 왜 청년들에게 그같은 신앙과 신념을 심어주지 못할까 , 그리스도를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젊은이들은 왜 많지 않을까」라는 안타까움을 가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중요한 것은 부모들입니다. 그만큼 훌륭한 종교교사는 없다고 봅니다. 자녀교육에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쓰는가 자녀들의 주일학교에 얼마나 관심을 쏟는가에 따라 자녀들의 인격과 신앙적 성숙은 분명 달라집니다. 부모들이 우선적으로 신념을 가진 신앙인 이어야 합니다. 그런 모습을 자녀들에게 물려준다면 교회의 청소년 교육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인기 가수 그룹 S?E?S 멤버중 「바다」가 TV에 출연 자신있게 가톨릭신자임을 얘기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해서 그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를 전했다는 최주교. 청소년들에 대한 최주교의 염려와 사랑이 짙게 느껴지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바다」의 얘기에 덧붙여 최주교는 「문화의 세기」에 맞갖는 문화복음화의 중요성과 이를 통한 교회의 역할과 선교에 대해서도 대화를 이어갔다.
『서구의 모든 문화가 종교에서 비롯되었듯 앞으로 우리 사회 안에서도 종교가 문화적 공감대 형성에 큰 역할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교회음악 영화 연극 미술등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교도권의 관심과 실제적인 노력이 있어야 겠죠. 금년초 교구내 개설된 가톨릭 문화복음화원도 그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주교서품후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기도 거리가 늘은 것 같습니다. 공식적 행사도 많이 하게 되었구요』.
저녁식사후 로사리오기도를 하며 30~40분간 갖는 산책이 건강유지를 위해서나 사목 구상등을 위한 정신적 육체적 충전 시간이 되고 있다고 최주교는 들려준다.
그간 수고하신 나길모주교의 좋은 점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한 최주교는 착좌식을 빌어 사제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기도」로 요약했다.
『우리가 주님앞에 섰을 때 작아지는 이유는 인간적인 부족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도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부족함을 사제단이 함께 공유하고 이 시대의 그리스도를 신자들에게 전하는데 힘모았으면 합니다』.
교구민에 대한 부탁도 잊지 않았다. 역시 기도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회가 날로 물질적 가치에 휩싸이는데 그 안에서 깨어있기 위해서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영성적으로 성숙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기도로 무장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최기산 주교 주요 약력
▲1948년 5월16일 경기도 김포 출생
▲67년 2월 서울 성신고(소신학교)졸업
▲74년 2월 가톨릭대 신학대학 신학과 졸업
▲75년 2월 가톨릭대 대학원 연구과정 수료
▲75년 12월6일 사제수품
▲75년 12월 인천 부평1동본당 보좌
▲77년 8월 김포본당 주임
▲81년 2월 해안본당 주임
▲83년 6월 부천 심곡본동 본당 주임
▲87년 2월 교구 사목국장
▲90년 4월 미국 뉴저지 데마레스트 한인본당 주임
▲94년 미국 유학(성요셉대학교 종교학 석사학위, 버클리 예수회 신학대학 영성신앙연구소 연수)
▲95년 6월 인천 산곡3동본당 주임
▲96년 2월 인천가톨릭대 교수 (영성처장 겸 겨레문화연구소장)
▲99년 11월10일 인천교구 부교구장(Coadjutor Bishop) 주교 피명
▲99년 12월27일 인천교구 부교구장(Coadjutor Bishop) 주교 서품
▲2000년1월 인천교구 관리국장겸 사무처장 겸 총대리겸 부교구장
▲2001년1월 인천교구 총대리겸 부교구장 주교
▲2002년 4월 25일 인천교구 제2대 교구장 착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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