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격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매우 독특한 면을 가지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의 행동은 예측 불가능하고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유형과 패턴을 가지고 있다. 즉 일관성과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를 MBTI 에서는 인간의 인식기능과 판단기능에서 찾고 있다.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거나 판단할 때 어떤 기능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성격은 다른 사람과 구별되기도 하고 그리고 한 인간 안에서는 상황이 달라지더라도 그러한 선호 경향 때문에 일정한 유형의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복음과 연결시켜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의 인식기능인데 MBTI에서는 인간의 인식기능을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즉, 직관을 선호하는 사람과 감각을 선호하는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각을 선호하는 사람은 인간의 오감을 이용하여 사물을 이해하는 유형이다. 즉, 시각, 미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을 이용하여 사실을 파악하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사실들을 원하고 사실들을 신뢰하며 사실들을 기억한다. 이들은 경험을 믿고 개인적이고도 전체적인 경험을 통해 사실을 파악하기에 현실 지향적이고 실용적인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볼 수 없고 명확하지 않고 논리적이지 않는 사실들에 대해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게 된다.
이에 반해 직관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예감과 느낌을 통하여 사실을 파악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은유에서 매력을 발견하고 생생한 이미지를 즐기며 자주 공상에 잠기고 시를 읽으며 환상과 허구를 즐기고 꿈에 대해 연구하는 것을 매력적으로 여긴다. 이들의 관심은 미래와 가능성에 있기 때문에 현재와 과거의 현실을 초월하여 모든 가능성을 찾아 나서고 상상력이 그들의 행동을 자극한다. 그러기에 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 저 너머에 있는 가능성과 미래, 그리고 의미를 중요시하고 그러한 것으로 사실들을 파악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미국의 경우 75%가 감각을 선호하고, 약 25%는 직관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다 사물을 파악하는 길이라는 것, 그리고 이 두 가지 길 모두가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이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가능성에도 열려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활 2주일인 오늘 복음은 토마 사도의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 이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토마 사도의 불신앙 등 부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굳이 그렇게 볼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토마 사도의 불신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수님을 보지 않고도 믿을 사람들, 미래의 신앙인들의 진정한 행복에 대한 행복선언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내 눈으로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어 보고 또 내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라는 말은 토마 사도의 의심을 드러내는 말이기보다는 처절한 죽임을 당한 예수님이 실로 되살아났는지에 대한 가장 현저하고 감촉할 수 있는 증거를 요구하는 말이다. 단순히 의심과 믿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인간의 논리를 뛰어 넘고 정말로 믿기 어려운 사실인 예수님의 부활을 확신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인 것이다.
그러기에 토마 사도는 불신자를 대표하는 사람이나 특별히 남들보다 더 의심이 많은 사람의 대표로 보기보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감각을 선호하는 한 유형의 대표자, 또는 자신의 방식으로만 하느님을 보려 고집하는 사람의 하나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토마 사도에 대한 예수님의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대답이다.
이 말씀은 요한 복음서에 명시적으로 나오는 유일한 행복선언인데 아마도 이 말씀은 신앙의 대상은 감각을 통해서만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감 저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무엇에 대한 인식이라는 사실, 그리고 신앙인의 행복은 특별한 현시나 기적을 통한 확신이 아니라 사랑을 가지고 말씀과 증언에 대한 믿음과 신뢰라는 것이다(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후대의 그리스도인들 뿐 아니라 표징과 기적을 보지 않고도 믿는 신앙인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하나의 교훈을 토마 사도의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는 가장 완전한 신앙고백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애제자나 막달라 여자 마리아처럼 증표를 요구하지 않는 신앙도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할 수 있지만 토마 사도처럼 실제적이고 감각적인 증표를 요구하는 신앙도 가장 위대한 신앙고백에 접근할 수 있기에 신앙의 길에서는 어떤 고정된 방식만이 유일한 선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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