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훈 신부는 공기를 정화하고, 물부족을 해결하고 또 착한 심성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나무만큼 숲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한다.
13년째 나무를 심고 가꾸기에 각별한 사랑을 보이는 유신부. 키 큰 나무 사이에 선 그의 마음도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생명을 심을 때 인간은 거인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나무 심는 일이 관료적 행사로 왜소해지면서, 나무는 생명이 아닌 산업 사회의 무대 장치로 변했다. 4월 5일 식목일. 연극무대 만들 듯 뚝딱뚝딱 다 자란 나무들이 갑자기 등장하는 풍경에 어느덧 익숙해져 버린 불감증의 두께가 새삼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생명에 대한 폭력의 일상화, 우리는 그렇게 지난 한 세대를 보냈던 것이다.
인천 가톨릭대학교 사무처장 유영훈 신부. 지인들은 그를 「나무 박사」 「목수」 등으로 부른다. 틈만 나면 산과 들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유신부의 극진한 나무사랑을 보고 붙인 애칭이다.
그가 이 일에 나선 것은 지난 90년, 올해로 13년째이다. 줄곧 환경운동을 해오면서 생명의 터전인 자연을 보존하고 가꾸는 데는 나무심기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학교 입학 전 고향 김포에서 농사를 지은 체험도 이 일에 나선 계기가 됐다. 유신부가 그동안 뿌린 새 생명의 씨앗은 경기도 시흥 성바오로 피정의 집 등 인천 주변 곳곳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특히 나무를 심고 옮기는데 필요한 화물차와 포크레인까지 구입하고, 때로는 손수 운전까지 해가며 일을 할 만큼 그의 나무사랑은 각별하다. 올해 신학교로 자리를 옮긴 유신부는 이젠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 나무 심기」 운동을 펼치는 한편, 평소 나무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목공캠프」도 마련할 계획이다.
『나무는 공기를 정화시키고 물 부족을 해결하며 지구 온난화 현상을 극복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인간에게 휴식장소를 제공하며 본래의 착한 심성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나무와 숲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이젠 그의 경지가 나무 심는데 그치지 않고 나무로 가구를 제작하는데까지 이르렀다. 인천 간석4동 본당을 비롯해 그가 가구를 제작해 기증한 본당이나 공소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최기산 주교 서품식 때와 인천교구 사제 서품식에서 사용된 제단, 제대 등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공짜로 숨쉬는 값으로 한 그루의 나무를 심자』고 강조하는 유영훈 신부. 그는 『환경보호운동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며 전 신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요청했다.
안식년이 되면 남쪽 땅 끝에서부터 백령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돌며 나무를 심고 싶다는 희망을 밝힌 유신부는 나무와 우리, 자연과 우리가 한줄기 수액의 흐름 속에 되살아나는 그날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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