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 묻히신 그리스도를 묵상하는 성금요일. 3월 29일 서울 목5동성당에서는 말씀의 전례 후 예수님 죽으심을 재현하는 춤사위가 펼쳐져 많은 신자들이 감동의 눈물로 전례를 묵상했다.
이날 전례춤을 선보인 주인공은 무용가이자 본당 전례예술단 단장인 김미경(데레사?38)씨. 지난 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 개최된 제44차 세계 성체대회 「젊은이 성찬제」에서 단독으로 한국무용을 선보여 우리의 전통미를 자랑했던 장본인이다.
창세기를 주제로 한 작품을 직접 만들면서 신앙체험을 했다는 김씨는 이때를 계기로 한국무용을 통해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됐다고 한다.
『춤과 우리가락은 한민족의 민족성을 끌어내기에 적합한 도구죠. 전통적인 전례도 중요하지만 깊은 의미를 되새기는 만큼 한국문화, 우리 정서에 맞게 주님을 찬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성체대회, 본당 성모의 밤 때 몇 차례 춤을 선보인 바 있지만, 전례와 복음을 묵상해가며 「전례춤」이라고 할만한 춤을 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성무(聖舞)를 준비하면서 그녀가 뼈저리게 느낀 것은 우리 음악, 우리 노래가 전혀 없다는 것. 안무는 커녕 적당한 국악곡을 찾기조차 힘들었단다. 전례시기에 따른 다양한 국악미사곡은 물론 수난 예절에 맞는 음악은 더더욱 구할 수가 없었다고.
어렵게 찾아나선 끝에 국악미사곡을 많이 작곡해온 강수근(예수 고난회) 신부가 이번 성금요일 전례춤곡을 작곡했다. 안무와 의상은 모두 김씨가 직접 준비했다.
전례의 토착화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김씨는 이번 성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전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례춤을 만들고싶다고 한다. 전례에 맞는, 특히 수난예절에 적합한 안무를 구상하기 위해 성서공부는 물론 전례해설단 봉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김씨.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국악미사를 봉헌할 때 전례춤을 함께 선보이는 등 한국적인 전례가 보다 풍부해지도록 힘쓰겠단다.
이화여대와 동대학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김씨는 88년 서울 올림픽 폐막식 때 출연한 바 있으며 동구권 및 유럽 순회공연 등 해외무대에서도 자주 공연을 가졌다. 「창무회」에서 다수의 작품활동을 해왔고 현재 본당 전례예술단 활동을 비롯 명지대와 CBS문화센터에서 한국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7명의 전례예술단과 함께 본당에서부터 전례시기마다 다양한 전례춤을 구상하겠다는 김씨는 『우리 정서에 맞는 국악미사가 없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더 많은 국악미사곡이 작곡돼 한국적인 전례가 풍성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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