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공교육 내실화방안」의 일환으로 「보충수업」을 사실상 허용하는 정책을 내놓자 서울시 교육청이 반기를 들고나서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이를 둘러싼 논란에 교육계는 물론 학계 학부모단체와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까지 가세하면서 전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에 대해 서울시 교육감은 정규수업을 저해하는 어떠한 형태의 보충수업과 0교시 수업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남과 강북지역 일선학교의 반응도 크게 엇갈리고 있어 교육 일선이 술렁이고 있다. 강북에 위치한 학교와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크게 반발하는 반면 강남지역은 별 영향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공교육 내실화 방안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찬성 입장보다는 정규수업을 저해하는 형태로 없애야한다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회가 운영하는 고등학교들의 경우는 공교육이 내실화돼야 한다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이 될 각론에서는 약간씩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논산 대건고등학교 박용서(분도?54) 교감은 『학교를 줄 세우는 교육이 아니라 지역특성을 살리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밝히고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의 다양화가 먼저 고민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계성여고 김낙용(55) 교감도 『교육 유관기관과 감독관청의 역할은 공교육을 관리하고 보조하는 부분에 그쳐야 한다』며 『교육을 일선 학교장의 재량에 맡기고 여기에 교육 주체들의 희망이 어우러질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일선 학교의 반응은 대체로 공교육을 살리자는 데 초점이 놓여져 있다. 이는 사교육이 공교육에 종속돼있던 과거에 비해 사교육이 학생들로부터 선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공교육 내실화의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5월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가 발표한 한국에 관한 보고서에서 「공립학교의 낮은 교육수준이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으로 자녀교육을 보충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저소득층에 과도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언급은 교육붕괴 현실과 공교육 내실화의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와 같은 획일화된 교육 정책의 한계는 명확하다. 지금과 같이 교육당국이 공·사립 구분 없이 교육과정의 세부지침까지 규제하는 정책은 제고돼야 한다는 것이 일선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아울러 교육부가 교육의 「주체」가 아니라 「지원자」라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식 함양과 기능 연마로 제한돼왔던 학교의 역할을 생명 우정 협동심 등 인간적 가치를 중시하는 인성 교육의 장으로 바꿔 나갈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뜻있는 이들의 생각이다.
이런 가운데 비평준화 지역인 수원교구 안법고등학교는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매주 토요일을 「책가방 없는 날」로 정한 이 학교는 학생들 스스로가 원하는 컴퓨터 미술 등 다양한 「특기·적성교육」 과정을 선택하도록 해 호평을 얻고 있다.
안법고 교감 류웅렬(스테파노·48)씨는 『다양한 집단이 모인 학교에서 획일적인 잣대로 교육을 재단하려는 것은 모순』이라며 『지역사회의 요구와 수요자인 학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공교육을 살리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서구사회에서 교육 공급자의 재량과 수요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따라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1997년부터 추진해 온 「자율과 창의에 바탕을 둔 학생중심 교육과정」이 원래의 의미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감독청의 관리·감독권은 강화하되 일선 학교의 재량권은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자리를 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럴 때 헌법에 규정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헌법31조4항)」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일선학교는 급격한 사회변화에 적극 부응하지 못함으로 인해 초래된 학교위기에 책임감을 갖고 위기극복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과서와 학교 울타리에 얽매인 교육에서 현장 체험도 중시하는 학교 교육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 북해도의 하보로고등학교와 매년 정례적인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부천 소명여고의 사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보충수업 허용 논란이 교회 안에서부터 「평균인의 양성」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소질을 계발하는 교육 풍토를 이뤄나가는 노력의 전환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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