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사목에 대한 필요성이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사목도 눈높이 조절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는 교회가 국내 장애인시설의 70% 안팎을 운영하는 등 수치상으로는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신자장애인들이 느끼는 복지체감지수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일선 사목자들과 실무자들은 이런 문제의 원인을 사목목표 설정이나 실천과정에서의 눈높이 조절의 실패에서 찾고 있다.
최근 「장애인실태 기초조사」를 펼친 바 있는 인천교구 갈산동본당의 경우는 교회의 장애인사목이 딛고 선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 본당이 지난 3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재가장애인」을 비롯한 실제 통계자료에는 잡히지 않는 숨은 장애인들이 적잖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갈산동본당의 경우는 무료급식 활동을 비롯, 양로원 운영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인천지역에서도 사회복지 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어서 이번 결과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를 주도한 갈산동본당 김혜리 수녀는 『의외로 많은 장애인들이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 현실에 놀라움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욕구를 삶 속에서 풀어낼 수 있는 교회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수녀는 특히 『장애인들이 삶 속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부분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장애인들에게 한발 더 다가서는 사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같은 현장의 목소리는 대체로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춘 다채로운 사목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으로 집약되고 있다.
한국가톨릭장애인복지협의회 정순오 신부는 『교회가 장애인들에게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의외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드러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며 『본당이나 단체가 놓인 현실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절망에 빠져 있는 형제를 돌아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몇몇 교구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정간호」 등 장애가정의 삶에 다가서려는 교회의 노력은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최근 서울대교구 10지구를 비롯, 본당과 복지관 등에서 펼치고 있는 「가정간호」사업은 가난으로 인해 의료 혜택마저 받기 힘든 장애가정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이는 과거 전적으로 장애인 가족에 맡겨졌던 십자가를 교회가 나눠짐으로써 장애인가정이 더욱 튼튼한 성가정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부쩍 늘어나기 시작한 각종 장애인 자활프로그램도 장애인에게 눈높이를 맞춤으로써 적잖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장애인 재활일터 카페 「소울(Soul)」을 비롯해 광주 은혜학교 출신 지체·중복장애인들이 자활을 위해 연 빵집 「씨튼 베이커리」, 재활용 쓰레기를 활용하는 정신지체장애인 공동체 「엠마우스의 집」 등은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자활 프로그램으로 장애인과 장애인을 둔 가정에 새로운 꿈을 찾아준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지난 87년 우리나라에 소개돼 일반인과 정신지체장애인이 한 공동체를 꾸리며 편견없는 세상을 이뤄가고 있는 「믿음과 빛」 공동체 등은 눈높이를 낮춘 사목이 나아갈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장애인과 장애인가정의 아픔에 한발 더 다가선 노력의 결실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장애인사목을 비롯한 교회의 각종 활동의 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게 일선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정순오 신부는 『시설이 중심이 된 하드웨어적인 활동에서 지역과 본당을 중심으로 삶 깊숙이 다가서는 소프트웨어적인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수 차례 제기돼 왔지만 아직도 인식은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고 『본당을 지역사회의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장애인의 사회통합이라는 큰 흐름에 함께 가기 위해서는 교회의 장애인사목이 장애인 중심에서 벗어나 장애인가족은 물론 비장애인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인식이 저변으로 확산될 때 기본적인 편의시설 등 외적인 모습만 갖추고 손놓고 있는 교회 안팎의 현실에 적잖은 자극이 되는 것은 물론 사회의 흐름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