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가 선녀와 나무꾼을 만났다. 달리기 시합에서는 거북이가 이기고, 토끼를 잡아먹으려는 호랑이를 곯려주고, 용왕님의 병을 고치기 위해 힘을 합하고….
까딱까딱 인형들의 몸짓에 따라 아이들의 웃음보가 와르르 터진다. 난생 처음 보는 인형극. 똘망똘망한 눈망울들은 인형극에 푹 빠졌다.
예술무대 「산(alive, 대표=조현산)」이 펼치고 있는 「사랑을 나누는 예술극장」. 「산」 작년 8월부터 영화 한번 보러 가기 어려운, 연극이라고는 본 적도 없는 산골마을, 외딴 바닷가 마을의 분교, 재활원, 보육원 아이들을 찾아가 인형극을 공연하고 있다.
지난 3월엔 강원도 홍천지역 분교, 경상남도 진해 재활원, 보육원, 통영 바닷가 언저리의 분교 등을 찾았다. 4월부터는 경기도 지역 분교를 찾아 인형극을 펼치고 있다. 벽지 공소 등에서도 신청만 하면 어디든 찾아갈 예정이다.
매 회 인형극을 관람하는 어린이들은 평균 10~20명. 공연이 끝나면 으레 아이들과 함께 급식을 먹고, 축구 등을 하며 함께 어울린다. 먼길을 이동하며 공연하다보면 말할 수 없이 피곤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한때는 웃음만이 가득하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을 모토로 공연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단원들 스스로가 너무 행복하고, 꿈과 희망을 얻는다고.
인형극단 「산」의 고정단원은 7명. 극단의 정기공연이 있는 날을 빼고는 단원들이 돌아가며 거의 매일 무료공연에 나선다. 올해는 약 200회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공연들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 걱정스럽다. 예술무대 「산(alive)」의 공연은 사랑의 문화봉사단과 문화관광부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제주도 같은 곳은 분교가 많고, 문화공연도 더 적은 곳이지만 왕복교통비만 100만원 정도가 들어 공연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공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인형을 향해 달려드는 아이들을 막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이 마구 만지다보면 인형들이 자주 망가져 어쩔 수 없이 손을 못대게 한다. 조현산 대표는 『어린이들에게 작은 인형 한개씩, 연필 한자루라도 쥐어주고 싶지만 여력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자신들의 능력을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나누는 극단 「산」의 단원들. 적으나마 가진 것을 다 나누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이들은 오늘도 외로운 어린들의 동심에 따뜻한 한 조각 추억을 새기고 있다.
※공연 신청 및 도움주실 분=(031)852-2853, 016-376-4448 정요안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