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정릉4동 청수장 유원지 한 정거장 못미쳐 자리한 생고기 전문점 「생고기촌」. 번화한 거리도 아니고 식당이 빽빽이 들어선 음식가도 아닌 버스 정류장길에 위치해 있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생고기맛을 볼 수 없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난 집이다.
주 메뉴는 한우 암소 치맛살만 제공하는 생고기 하나 뿐이다. 소고기 가운데서도 가장 연하고 맛있고 위생적인 부위가 치맛살이기 때문. 오랫동안 정육점을 운영해온 김성식(베드로·45·서울 정릉4동본당) 사장의 안목과 노하우 덕분에 고기 하나는 일등 품질을 자부한다. 보기에도 좋은 것이 맛도 좋은 법. 나무도마 위에 두툼하고 가지런하게 썰어져 나온 불그스레한 고기는 웬만한 미식가라면 한눈에 양질의 고기임을 알아볼 수 있다.
「생고기촌」의 맛의 비결은 적절한 숙성과 가장 부드러운 맛을 내는 치맛살 한 부위만 사용한다는 점이다. 사후강직되는 육류의 특성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고기가 부드러워지며, 적당한 숙성이야말로 암소의 깊은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고기라도 불이 좋지 못하면 고기의 제 맛을 살리지 못한다. 참숯에다 김사장이 직접 주문 제작한 큼직한 석쇠 위에서 굽는 고기는 불맛과 어우려져 담백하고 고소한 한우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고기맛을 자부하는 식당의 또 하나의 특징은 참기름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 암소의 고소한 맛을 그대로 맛보게 하기 위해서다. 숙성된 치맛살만 제공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며 당일날 준비된 물량이 떨어지면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이 「생고기촌」의 원칙이다. 하루 평균 암소 6∼7마리의 치맛살 부위를 제공하는 「생고기촌」은 그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보다 단 한 명의 손님에게 양질의 고기를 제공해와 단골 고객들의 발길을 멈추지 않게 한다. 「생고기촌」이 단골손님들에게만 제공하는 또 하나의 메뉴는 날로 먹을 수 있는 생고기다.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는 육회보다 더 신선하고 깨끗한 소고기를 맛볼 수 있다.
구수한 고기맛을 맛본 뒤 나오는 된장찌개와 냉면 또한 일품이다.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 맛은 인스턴트에 익숙한 사람들의 입맛을 되살리고, 잘 우려낸 냉면 육수는 뒷맛이 개운하다. 특별한 양념 맛이나 푸짐한 상차림은 아니지만 양질의 암소고기와 자연산 된장으로 만든 쌈장과 된장찌개 맛을 느껴보기에는 이만한 집이 없다. 생고기 1인분 1만5천원.
※문의=(02)919-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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