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외신종합】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4월 7일 삼종기도 자리에서 중동의 폭력 사태가 점점 더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다교와 이슬람교,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믿는 하나이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를 호소했다.
교황은 『오직 하느님만이 증오와 복수심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전세계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7일을 중동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낼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그 누구도 형제의 피를 흘리게 할 수는 없다』며 창세기 9장 6절을 인용해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니 남의 피를 흘리는 사람은 제 피도 흘리게 되리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하나이신 하느님을 믿는다』며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성 프란치스코가 했던 것과 같이 「주여 우리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라고 함께 기도하자』고 권고했다.
교황은 특별히 예루살렘의 예수 탄생 교회에 갇혀 있는 프란치스코회 수사들과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정교회 신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일부 무장한 약 2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지난 4월 2일 베들레헴의 예수 탄생 교회에 피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현재 탱크와 군 병력을 동원해 교회를 봉쇄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고립돼 있는 상태이며 음식물과 식수 부족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아직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교회에 대한 공격을 중단한 채 항복을 종용하고 있는 상태이며 교회 내부로 군을 투입할 계획은 없지만 교회 안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모두 체포할 때까지 모든 출입을 통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봉쇄 직후에는 교황청 관계자 10여명이 교회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이스라엘군의 제지로 무산됐고 부상자 치료를 위한 구급차 조차 이스라엘군에 의해 저지된 상태이다. 교황이 특별히 4월 7일을 중동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한 것은 이날이 지난 2000년 대희년에 새로 제정된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기 때문이다.
교황청 평화 노력
한편 교황청은 베들레헴에서 사제 한 명이 사망하는 등 분쟁이 격화됨에 따라 이를 종식하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황과 보좌관들은 지난 몇 주 동안 중동 평화 회복을 위한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황이 직접 4월 1일 이같은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
2일에는 요아킨 나바로발스 교황청 대변인이 『교황은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의 교황대사들에게 적절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으며 같은 날 장 루이 또란 대주교는 바티칸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했고 다음날에는 미국 대사와 이에 대해 논의했다. 국무원 차관 첼레스티노 밀리오레 몬시뇰은 3일 바티칸에 있는 아랍 리그 대표자를 접견했다.
나바로발스 대변인은 이러한 외교적 노력이 △테러에 대한 명백한 반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불의한 조건의 제거 △유엔 결의안의 존중 △정당 방위 수단의 정당성 △성지의 보호 의무 등 다섯 가지 원칙에 바탕을 두고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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