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회공동체를 「그리스도의 신비체」라 부르며, 그리스도를 살아있는 신비체의 머리에 비유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회공동체의 심장은 무엇일까. 많은 신학자들과 영성가들은 교회의 심장은 곧 「성체(성사)」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심장은 바로 그 생명체의 「살아있음」을 가능케 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체들의 원활한 활동을 돕고, 지체들간의 소통(communication)과 유기적인 협력(친교, koinonia)을 도모하는 것도 바로 심장의 역할이다. 「성체」를 교회의 심장에 비유함은 이처럼 성체(성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일 것이다.
성체신심을 말하면서 「성체성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또 성사(聖事)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하는 것을 신학에서는 「실체변화」라는 표현을 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쉽지 않다. 이처럼 성체(성사)에 대한 신심을 가르치고 이해하기란 사실 쉽지가 않다.
따라서 성체에 대한 이해는 어쩔 수 없이 쉬운 방법을 찾기 보다는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을 되새기는 것이 좋겠다. 우선 트리엔트공의회(1545~1563)의 가르침을 살펴보자.
트리엔트공의회가 가장 중요시한 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실재적(real) 현존(existance)」이다. 『성체성사는 단순히 표지도 아니고 표상(이미지)도 아니다』 미사중에 빵이 참으로 그리스도의 몸으로 바뀐다는 말이다. 우리의 감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빵으로서의 형상만 남아있을뿐, 빵 자체(실체)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한다.
이러한 믿음은 가톨릭 신앙에 있어 핵심적인 것이다. 아울러 트리엔트공의회는 빵과 포도주, 각각의 형상 안에 그리스도 전체가 계신다고 가르친다. 빵이든 포도주이든 간에 그 안에 그리스도 전체가 온전히 계시고, 빵의 형상으로 영성체 하든 포도주의 형상으로 영성체 하든 그리스도 전체를 모시는 것이 된다.
성체가 이처럼 참으로 그리스도의 몸이라면, 그 몸을 받아먹는 우리의 육체는 얼마나 깨끗해야 하겠는가. 그 몸을 받아모시는 우리의 마음은 또 얼마나 맑아야 하겠는가.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성체를 입으로만 영하게 한 것이나, 영성체 1시간 전부터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한 것 등은 다 이러한 성체흠숭의 예이다.
이같은 성체공경, 성체신심을 토대로 본다면 성체를 감실이나, 혹은 적당한 장소에 모셔두고 신자들이 언제든지 조배하고 기도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믿는 이들은 영성체를 통해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룰뿐 아니라, 그 지체들인 다른 모든 믿는 이들과도 한 몸이 된다. 단순한 것처럼 보이는 이 논리가 그러나 신앙적으로는 교회의 존재를 가능케 하고, 믿는이들에게 구원을 가져다 주는 신앙의 신비이다.
성체가 참으로 그리스도의 몸이라면 성체조배는 그리스도를 방문하는 것이요,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가 만나는 순간이다. 알퐁소 성인은 『종일토록 하는 다른 선행보다 성체앞에서 15분 동안 기도하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이 인간의 구원자라며 『성체가 하느님 백성 생활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성체성사와 성체조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사중 영성체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함은 피하는 것이 좋다. 사실 14~5세기까지 교회는 성체 안에 계신 주님을 강조한 나머지 신자들이 영성체를 하지 않으려 했다. 이것이 그 무렵 성체거동이나 행렬, 성체현시 등 외적 행사가 성체신심의 주류가 되었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사에 참례해서는 큰 대죄중에 있지 않다면 가급적 영성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완전한 자는 완덕에 이르기 위해』(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서라도 영성체를 통해 은총을 받아야 한다. 성체는 근본적으로 받아먹고 마실 것이지 쳐다보고 절할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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