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8시 남대문 지하도.
노숙자들이 하나 둘 모여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조금 있다가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앰프며 키보드를 들고 와 설치한다.
손이 닿지 않아 서로 무등까지 태워 가며 전기코드를 꼽고, 성가 책을 나눠주고 한동안 부산하더니 한 청년이 시원한 목소리로 "그동안 잘 계셨어요"라며 분위기를 잡는다.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부르는 아저씨가 있으면 마이크도 쥐어주고 함께 율동도 하며 30분간 흥겨운 성가 부르기가 계속된다.
잠시 후 서울 은평구 '요한의 집'에서 준비한 식사가 도착하면 어느새 비닐장갑 하나씩을 끼고 앉아 김치며 국을 배식하는 모습이 제법 익숙하다.
서울 청담동본당 청년레지오 '천사들의 모후'의 주말봉사활동 광경이다.
현재 천사들의 모후 단원은 총 9명.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 기혼청년(?)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이들이 성가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99년부터 배식봉사만을 해오다 분위기를 좀 더 밝고 활기차게 만들어보고자 생각해 낸 것이다.
청년들의 공연에는 본당 사목회 총무를 맡고 있는 강정일(젤라시오·53)씨와 아내 임숙희(글라라·47)씨의 도움이 컸다.
이들 부부는 10년이 넘게 이곳에서 봉사를 해 오고 있으며 청년들이 봉사활동을 나올 때마다 차량을 지원해주는 등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렇게 자리를 잡고 봉사활동을 하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노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 황금 같은 주말을 봉사시간으로 내놓았지만 시작하기 전부터 일부 단원들이 반대를 했고 못하겠다고 그만두는 단원도 생겼다. 때론 술 취한 노숙자들이 시비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두 팔 걷어 부치고 봉사하겠다고 찾아온 청년들의 마음을 노숙자들도 차츰 이해하게 됐고 요즘은 냉대하고 멸시하던 눈길도 차츰 부드러워진 것을 느낀다고 단원들은 말한다.
단장 윤성원(아녜스·30)씨는 『사회에 봉사할 기회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면서 『우리의 노래와 찬양에 아저씨들이 호응해 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데서 보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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