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입문때 도와주며, 세례받은 이가 그에 맞갖은 그리스도교인으로 살아가고, 이에 결부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돕는 사람』
현행 교회법전 등에서 '대부모'에 대한 가르침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또 『견진받은 이가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처신하고 이 성사에 결부된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보살피는 것』이 대부모의 주된 임무다. 한마디로 「대부모」는 「신친(神親)관계」, 즉 영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맺는 것이다.
세례 혹은 견진성사때 대부모를 두도록 한 것은 가톨릭 교회의 오랜 관습이다. 이를 명문화한 교회법은 『가능한 한 대부모를 두도록』하고(872조) 『대부모 한편으로 충분하나 대부 대모를 모두 가질 수도 있다』(873조)고 밝히고 있다. 한국교회는 남자인 경우 대부만을, 여자는 대모를 갖도록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가르침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대부모를 선정하는 경우를 보면 친지 친구 등 가까운 주변 인물 가운데 편한 상대를 고르거나, 교리교사 청년회 등 본당내 특정 단체 회원들을 무더기로(?) 일괄 책임을 지우기도 하고, 심한 경우 세례식 당일 현장에 있는 신자를 즉석에서 선정하는 예도 있다.
그로 인해 대부모 한명에 대자녀가 많게는 수십명에 이르는 웃지 못할 경우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사목자는 "대자녀가 많다는 것 자체가 문제될 것은 아니지만, 대자녀를 바른 신앙생활로 인도하고, 신자의 본분을 다하도록 돕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가가 문제다"고 지적했다.
본당 사무장으로 4년간 일했다는 김모씨도 『세례 혹은 견진예식이 있는 날 대부를 못구한 이들을 위해 대부를 서준게 십여명에 이른다』면서 『솔직히 지금 누가 대자인지 기억할 수도 없고 연락도 안되는 상태』라고 털어놨다.
이에 반해 교회는 ▲성사받을 자나 그의 부모, 혹은 성사 집전자의 지명이 있어야 하고 ▲이 임무를 수행할 정성과 분명한 의향을 가져야 하며 ▲신앙과 맡을 임무에 맞갖은 생활을 해야 하는 등 대부모로서의 요건을 명시해놓고 있다.
물론 일부에선 대부모를 찾는데 따르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인품이나 신앙생활 면에서 익히 알려진 몇몇 신자들에게 대부모 요청이 쏠릴 수 밖에 없다"고도 말한다.
문제는 영적으로 맺어진 부모-자녀 관계의 신앙적인 의미와 중요성이 지나치게 도외시되고 있다는데 있다. 모든 본당에서 거의 대동소이하게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80년대 이후 교회가 급속도록 대형화되면서 예비신자 입교절차가 간소화되고, 그 의미가 축소됨에 따라 교회전반에 잘못된 관행으로 퍼져있다는 따가운 지적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대부모-자녀간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관계를 지속시켜 가는 사례도 있다. 매월 한차례씩 20명이 넘는 대자들과 모임을 지속시켜 오고 있다는 서울의 한 신자는 『대부모 역할이 어렵다는 생각을 늘 해오지만 대부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채찍질 하다 보면 자신도 덩달아 변화되고 열심해진다』고 말했다.
본당에서는 예비신자 입교 혹은 교리과정에서부터 대부모를 동참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는 예비신자와 미래의 대부, 대모 모두에게 「대부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서로가 밀고 당겨주며 신앙생활의 참 동반자가 되게 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또 본당 차원에서 「대부 대모의 날」을 연다거나 「대부모 찾아주기」등 사업을 전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 매체를 십분 활용한다면 작은 관심과 노력으로도 뜻하지 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본지가 홈페이지(www.catholictimes.org)를 통해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대부모 찾기」사업에 예상 밖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교회 구성원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부모가 『어려운 만큼 은혜로운 자리』임을 깨닫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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