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되면서 가장 참담했던 시기에 활동한 인물 가운데 제일 두드러진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하여 우리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말씀의 초대에 새롭게 마음을 여미는 자세로 먼저 그 시대의 배경을 살펴보자.
종교혼합주의 극에 달해
기원전 8세기는 아시리아 제국의 황금기였으나 B.C 632년 아수르바니팔 왕이 죽자 그 막강한 세력은 약화되어 제국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B.C 612년 경 메대와 바빌론이 일어나 아시리아의 수도 니느웨를 함락했고, 에집트의 원병에도 불구하고 B.C 605년 아시리아는 바빌론에 완전히 패했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소용돌이에 유다 왕국도 갈팡질팡하면서 므나쎄 왕(687~642년)과 그의 아들 아몬(642~640년)은 아시리아의 정복정책에 굴복하여 사회정치를 대혼란 속으로 몰고 갔으며 특히 종교혼합주의는 극에 달하여 민족 역사에 씻지 못할 오점을 남겼다(2열왕 21 예레 15, 4). 즉 봉신들은 자기 대군주가 섬기는 신들에 대해 최소한 명목상으로나마 인정해 주는 것이 관습이기에 아시리아의 신들을 예루살렘성전 안에 세우는 것을 허락하였다. 이는 약소국이 마지못해 취한 최소한의 조치에 그치지 않지만 우상 숭배의 물꼬를 트는 격이 된 것이다.
우상숭배의 이방 종교 형태들이 봇물이 터지듯 온갖 이교적인 관례들이 다시 등장했다. 그뿐 아니라 풍요를 비는 신령제로 인해 종교적인 매춘 행위 의식이 성전 내에서 조차 허용되었다(2열왕 23, 4~7 스바1, 4). 가장 사악하고도 야만적인 의식인 인신 희생제가 예루살렘에서 종종 거행되었다(2열왕 21, 6). 이 시기는 유다에 있어서는 종교의 퇴락기라 할 수 있으며 열왕기 저자는 므나쎄왕을 유다 왕들 중 가장 악한 왕으로 낙인찍고 유다의 멸망을 그의 죄 때문이었다고 평가한다(2열왕21, 9~15).
므나쎄의 종교정책과 야훼신앙의 퇴락에 항의하여 절규했던 이들은 가혹한 피의 보복을 받고 죽어갔다(2열왕 21, 16). 예레미야는 이러한 시기에 태어났다. 예레미야가 예언자로서 활동한 시기는 B.C 627년인데 이때는 아시리아가 멸망하기 시작한 시기이다.
하느님과의 계약 갱신
므나쎄의 아들 아몬이 통치(B.C 642~640년) 2년만에 살해당하고(2열왕 21, 19~26) 요시아가 등극하여 기원전 630년에 전면적인 개혁사업에 착수한다(2역대 34, 3~7). 그의 개혁은 가장 철저한 개혁이며(2열왕 22, 3~23), 신명기 율법서에 기초를 두었다.
그는 우상숭배를 근절시키는 일환으로 정화 사업을 실시했고, 350여 년만에 솔로몬이 지은 성전의 보수공사를 시도했다. 이 공사 중에 법전(法典)을 발견하여 계획한 종교개혁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온 백성이 유일하신 야훼께 충성을 다하겠다는 계약갱신을 장엄하게 거행했다. 이때 발견된 법전은 신명기 법전의 골자를 이루고 있고 법전으로 인한 계약갱신은 신명기의 주제인 하느님의 사랑과 계약에 성실하신 야훼를 보여주며 백성들의 불신을 깨우치고 있다. 또한 요시아 왕의 종교개혁과 주권회복을 위한 정치적 노력은 유다인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었으나 불행히도 왕이 609년 므기또에서 전사함으로써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바빌론 세력이 구축되면서 유다에 가중되는 외세의 위협과 친 에집트파와 친 바빌론파로 대립되는 내적 분열로 나라사정은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또한 거짓 예언자들은 야훼 성전과 예루살렘이 영원하리라는 망상에 사로 잡혀서 예레미야가 망국의 예언을 통해 회개하라고 한 호소를 뒤엎었다. 그리고 예언자를 박해하여 참 예언자가 딛고 설 자리마저 앗아갔다.
그 결과 예루살렘의 멸망과 바빌론으로의 처참한 유배(B.C 587년)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 어둡기만 한 시공에서 예레미야의 활동이 펼쳐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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