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채봉(1946∼2001) 선생이 영혼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모습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정채봉 향로1」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지난 88년 9월부터 98년 3월까지 「생활성서」에 연재됐던 정채봉 선생의 묵상 글 중 비교적 초기 작품들을 단행본의 형태로 묶은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위승희씨의 삽화가 글품새를 더욱 따뜻하고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바람의 기별」은 한 손에 잡히는 미니 판형으로 제작한 것이 가장 큰 특징.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어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이들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쉽게 꺼내 읽고 묵상할 수 있도록 했다.
20여편의 주옥같은 글들은 각각 대여섯 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을 선사하고 있으며, 시의 형식을 빌어 표현한 말마디 하나 하나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작은 지혜와 작가의 진실성을 엿보게 한다. 특히 각 장면의 묵상글을 펼치면 글의 내용을 뜻하는 간결한 그림이 나타나 한 편의 동화책 같은 새로운 느낌을 전해준다.
동화작가 특유의 순수성을 엿보게 하는 맑고 선명한 글을 통해 현대인의 세상살이 해법을 함축적으로 제시하는 이 책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휴식처가 되어 줄 것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많이 써 「성인동화」라는 말을 만들어 냈던 정채봉 선생은 전남 승주에서 태어나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꽃다발」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대한민국 문학상, 새싹 문학상, 소천 아동 문학상, 세종 아동 문학상 등을 수상했던 정채봉 선생은 지난해 1월 9일 지병인 간암으로 별세했다.
〈정채봉/위승희 그림/생활성서/192쪽/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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