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와 쌍벽을 이루는 『말씀의 고독한 예언자』 예레미야는 그의 온 생애를 인격적 야훼의 신앙에 입각한 종교를 부르짖었다. 우리는 예언자 예레미야라는 인물과 그의 생애를 살펴보고자 한다.
예레미야란 『야훼께서 높게 하신다』는 의미이다. 그는 므나쎄가 유다를 통치하던 기원전 650년경 예루살렘의 동북방에 위치한 베냐민의 땅 『아나돗』에서 출생했다.
그는 『에비아달』의 후손으로 사제 가문에 태어났다. 그의 소명은 요시아 왕 제13년(B.C 626)에 청년으로 불림을 받았고, 망국의 한을 삼킬 때까지 40여 년간 동포들의 정신적 길잡이가 되어 자기 소신을 다하지만 죽음의 고통을 겪고 비극의 생을 마친 비탄의 예언자였다.
원래 천성이 온순한 예레미야는 평화를 사랑하여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였지만 하느님의 부르심에 이끌리어 예언자 중 홀로 독신의 생애를 마쳤다.
그는 죽음의 행군을 한 『말씀의 고독한 예언자』로 불릴 만큼 고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살고 갔다. 시련의 극에 달했을 때 자기를 낳은 태(胎)까지 원망하는 속에서도 야훼의 성실을 저버리지 못하고 '싸움과 불화의 사나이'(15, 10)로 불릴 만큼 자기 사명에 성실했다.
이렇게 예언자들을 끌었던 원동력은 하느님이었고 그에게만 순종하였기 때문에, 하느님을 거스르는 동포들에게 끌려가 에집트에서 돌에 맞아 순교했다는 히브리 전승이 있다. 그로부터 600여 년 후 예수님이 자기 백성의 외고집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독의 장들이 예레미야의 비탄의 삶 안에 예표되어 나온다.
예레미야는 남유다 왕국의 역사상 운명적인 기간인 40년간(B.C 626∼587년경) 예언활동을 하였다. 그의 온 생애를 불태운 활동 시기를 넷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시기 : 예언자는 요시아 왕 (B.C 626∼609, 2열왕 22, 1~23, 30)때 개혁운동을 적극 지원했으나 마음의 회개가 없는 제도적 개혁이 얼마나 역겨운지를 뼈저린 체험을 하는 가운데 B.C 609년까지 침묵을 지킨다.
예언자가 부르심을 받았을 때(B.C 626년 ) 아시리아는 급격히 몰락의 길로 접어들어 갔으며, 결국 아시리아의 수도인 니느웨가 기원전 612년에 적군의 손에 함락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신생 거인국, 즉 바빌론의 길을 열어 놓았고, 곧 이어 바빌론이 유다의 독립정신을 말살시키게 되었다.
둘째 시기 : 여호야킴 왕 시대(B.C609∼597, 2열왕 23, 35~24, 7)는 예레미야의 생애에서 게쎄마니라고 불리는 시기다. 그는 인생의 쓴맛 단맛을 체험하는 가운데 여호야킴 왕의 무능으로 망국의 시기를 앞당기고 있는 정황을 몸소 겪는다. 그는 임금과 지도층의 증오를 받으며 언제 살해될지 모르는 극한 상황 속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멀어져 외톨이가 된 채 예언직을 수행해야 했다.
셋째 시기 : 시드키야 왕 시대(B.C597∼586, 2열왕 24, 13이하)는 그의 생애에서는 성숙기이기도 하다. 이때는 친이집트파와 친바빌론파간의 암투가 나라의 맥을 끊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의 우(愚)를 지탄하듯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펴지 못함을 끝내 예언자의 예언대로 예루살렘의 파멸과 2차에 걸쳐 유배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넷째 시기는 그의 마지막 활동으로서 기원전 586년 이후이다. 자기가 예고한 지독한 불행의 때에도 그는 고국과 동포들을 버리지 않는다. 그는 강제로 이집트에 끌려가서도 계속 하느님의 예언자로 활동하면서, 그곳으로 이주한 이들을 회개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는 외적으로는 동포들의 혐오와 살해의 위협 속에서, 그리고 내적으로는 자기 본성에 맞지 않는 예언직 수행에서 오는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그의 생애는 일종의 실패로 끝난다.
그러나 그 명성은 이스라엘민족의 얼 속에 깊이 뿌리내리면서 그의 이름대로 야훼께서 들어 높이시는 「대스승」이 되었다.
그의 모든 고통과 실패와 암흑 속에서 선포한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길을 제시하는 큰 빛으로 우리의 신앙의 길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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