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는 4월 16일과 17일 이틀동안 대신학원 대강당에서 「생명과학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사목적 대책」이라는 주제로 사제연수를 가졌다. 박상은 박사의 「새로운 천년과 도전 받는 생명윤리」, 김인경 교수의 「과학의 발달과 생명의 존엄성」, 안규리 교수의 「배아복제에 관하여」, 이동익 신부의 「생명과학에 대한 사목적 제언」을 4회에 걸쳐 싣는다.
1) 생명의 시작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
생명윤리의 문제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생명의 시작과 관련된 윤리적 이슈들이고, 둘째는 생명의 마지막과 연관된 윤리적 문제들, 셋째는 삶의 과정 속에 일어나는 생명윤리의 문제들이다. 최근 복제인간이 미래 인류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윤리적 논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소위 「생명공학」의 선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와 학계, 산업계 모두 부분적 인간복제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인간복제를 금하는 법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 내용은 「생명공학육성법」이라는 이름 그대로 복제연구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인 것이다. 인간복제 대신에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는 「배아복제」로서 마치 배아는 인간과는 구별된 존재인 듯한 착각을 통해 인간의 시작시점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새로운 사실이 아닌 것이, 그 동안 일 년에 150만 건 이상 자행되어온 낙태도 전배아, 배아, 태아 등 이러한 모호한 생명의 시작시점을 점차 확대해 나가면서 인간을 살해하는 죄의식을 피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이런 태아의 발달구분은 정확히 구별되어질 수 없는 것으로 생명은 수정란 때로부터 임종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시점에서 구분될 수 없는 연속선상의 존재라는 것이다.
즉, 수정란을 손쉽게 폐기처분하는 행위는 이어서 배아를 실험할 수 있는 배경을 이루며, 배아를 마음대로 실험하는 연구자에게 하루, 이틀 차이나는 태아의 실험을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태아를 마음대로 낙태시킬 수 있다면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영아를 살해하는 행위를 금지할 논리가 힘을 얻기 어려우며, 기형아나 중증장애아의 경우 얼마든지 없앨 수 있는 과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생명의 시작을 수정된 지 14일 이후로 연기하려는 움직임과 아울러 생명의 마지막을 심장이 멈추기 14일 이전 뇌사상태로 앞당기는 작업이 금세기에 마무리되면서 생명은 앞뒤로 각각 2주씩 줄어들게 되었고, 생명을 지키려는 일부 생명윤리전문가들은 여기에 맞서 『14일과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낙태와 배아실험 외에도 생식의료와 관련된 여러 윤리적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 정자은행과 난자은행은 애초의 불임치료의 성격을 넘어서서 질 좋은 유전인자를 가진 정자와 난자를 판매하는 회사로 발전하고 있고, 부부관계가 아니더라도 심지어 동성연애자들이 자녀를 가지는 수단으로 변질되어 가정을 이루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아이를 가지고 양육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가정의 파괴는 그 한계를 이미 넘어서 버린 듯하다.
성감별 역시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가는 징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에는 IMF경제난과 범띠 해가 겹치면서 어느 지방의 경우 남녀 출생성비가 200:100을 넘어섰다는 믿기 어려운 통계가 보고된 바 있으며, 전반적으로 123:100을 넘어서는 불균형으로 유네스코는 인위적인 성감별로 인한 사회적 제 문제를 관찰하는 모니터 대상국가로 한국을 선정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2) 생명의 마지막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
대표적인 문제로 안락사를 들 수 있다. 미국인 의사 커보키안은 안락사 시술 장비를 고안하여 지금까지 100명의 환자들을 안락사시킨 바 있으며, 이들 중에는 말기 암환자 뿐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존엄한 죽음을 죽을 수 있는 권리가 인간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상의 자살을 조장하는 이러한 안락사는 「의사조력자살(Physician Assisted Suicide)」이라고 불린다. 안락사 외에도 장기확보 방안으로 마련된 뇌사입법화, 그로 야기되는 죽음의 불명확한 경계선,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 인간이 과연 인간을 죽일 권리가 있는지 논쟁이 일고 있는 사형제도 등이 격렬한 논쟁 가운데 있다. 안락사의 대안으로 등장한 호스피스가 최근 많이 확산되면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죽음의 권리를 찾으려는 안락사의 거대한 물결에 비하면 아직은 작은 움직임일 따름이다.
3) 생명기간 중에 야기되는 윤리적 문제들
유전공학과 생명공학의 발전은 기존의 개념들을 쉽사리 허물어 버리게 된다. 과거에는 머리가 좋은 아이나 손재주가 좋은 아이들을 천부적인 것으로 인정해 왔으나,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인위적 유전자조작으로 IQ가 뛰어난 원숭이를 생산해낼 수 있게 되었고, 아이들도 공부시키기보다는 유전자조작으로 뇌를 개조시키는 편이 더 쉬워지게 되어 학습의 근본적 개념이 흔들릴 전망이다.
얼마 전 영국일간지 The Sunday Times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 케이스웨스턴 리저브대학의 로버트 화이트박사에 의해 침팬지에서 세계최초의 뇌 이식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고 한다. 이식할 뇌를 섭씨 10도 이하에서 보존시킨 후 뇌 전체를 뇌조직 손상없이 이식하는데 성공하였다는 것이다. 얼마 전 원숭이 두 마리의 머리 몸통 교환수술 성공에 이어 이러한 뇌 이식 성공은 인간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그 존엄성의 기반이 허물어져 내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뇌에 「나」 라는 실체가 존재하는지, 아니면 몸통에 「나」의 실체가 존재하는 것인지, 과연 영혼은 어느 곳에 존재하는지 등의 끝없는 질문이 꼬리를 문다.
얼마 전 고아원에서 행해진 백신주사제의 안정성 실험은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없이 행해진 점에서 많은 비난을 받은 바 있으며, 지금도 상당수의 임상실험들이 본인의 동의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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