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의 주제 가운데 하나가 사랑인데 사랑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의지라는 말이다. 왜 이 말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하면 사랑은 단순히 감정과 느낌을 뛰어 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과 의지가 연결되는 점을 보기 위해서는 「사탕을 좋아한다」라는 말은 할 수 있지만 「사탕을 사랑한다」라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왜 사탕을 사랑한다고 할 수 없는가? 그것은 사탕에는 마음에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의지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그 무엇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사랑은 의지의 작용이라는 점에 비추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타인 중심의 행위라는 것이다.
요즘 필자가 보고 있는 부부 심리에 대한 책을 보노라면 부부의 사랑이 성장해 가는데 가장 큰 방해물은 남녀의 성 역할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중심으로 사랑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른 성 역할의 변화와 배우자가 가지는 심리적 육체적 차이를 인정하고, 배우자가 사랑을 실천하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기교를 익힌다면 부부는 열정적 사랑의 삶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완벽하지 않고 순간 순간 한계를 드러내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한계와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ME 체험을 하신 분들은 「사랑은 결심하는 것이다」란 격언을 기억하겠지만 이 말도 같은 의미인 것이다. 「잘못」과 「한계」, 그리고 「불완전함」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그가 변화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의지의 행위라는 점을 이 격언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란 말을 쓸 때 우리가 기억해야할 말은 어느 철학자의 이야기이지만 「연습과 실습을 통해서만 진보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얼마 후 우리 나라에서는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일본과 공동 주최로 열리게 되는데 월드컵 기간 중에 많은 사람들이 선수들의 동작 하나 하나에 감동하고 환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동작 하나 하나, 그리고 모든 이를 감동시키는 그 한 골이 있기 위해서는 그냥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투자와 전술의 연구 그리고 선수들의 피땀 어린 연습이 있었기에 그러한 동작과 골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사랑이 최고의 가치이고 모두가 좋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잘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나, 또 사랑의 실천과 행복을 위해 결혼한 부부 중 많은 부부가 헤어지는 이유도 그들이 사랑이 가지는 가치를 모르기 때문도 아닐 것이고, 또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마음이 없기 때문만은 분명 아니리라 !
그보다는 사랑을 위해 투자하고 연구하고 또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매일의 연습과 어렵고 실패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시도해 보는 반복 연습, 살기 위한 땀과 수고 등 의지적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키게 될 것이다. 내 계명을 받아들이고 지키는 사람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함으로 계명의 준수와 하느님 사랑을 밀접히 연결시키고 있다.
그러면 어떤 면 때문에 계명의 준수 여부가 하느님과 예수님 사랑의 척도가 되는 것일까 !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계명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불편함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고 때로는 싫어하는 무엇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명은 때로는 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계명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모습이다. 그러기에 계명의 준수라는 것은 불편함과 어려움, 그리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무엇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켜야 하기에 거기에는 단순한 감정적이고 감상적인 노력을 뛰어 넘는 의지적인 노력이 있을 때 계명은 준수될 수 있는 것이다.
요한 복음사가가 계명의 준수와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연결시키는 것은 바로 계명의 준수와 사랑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 같은 의지적이고 실천적인 무엇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즉, 하느님에 대한 사랑은 단순한 분홍빛 로맨스만이 아니라 계명의 준수와 같은 도덕적인 삶,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고 어렵고 받아들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다스리는 의지적인 복종 가운데 드러나야 된다는 사실을 이 말씀은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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