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바오로 6세는 1965년에 발표한 성모성월에 관한 교서에서 『성모성월은 세계 도처에서 신자들이 하늘의 여왕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달』이라며 『교회 공동체와 개인, 가정 공동체는 이 기간 동안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을 마리아에게 드리고 기도와 찬양을 통해 어머니 마리아의 숭고한 사랑을 찬양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교회가 5월을 성모성월로 확정한 것은 1921년 교황 베네딕도 15세가 성모 마리아를 「모든 은총의 중개자」로 선포하면서 5월을 성모성월로 공식 인준 한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현재와 비슷한 성모공경 예절은 이미 16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갔고 역대 교황들은 성모성월 신심을 잘 지켜 가도록 여러 차례에 걸쳐 권고한 바 있다.
비오 12세(1939∼1958) 교황은 교서를 통해 『성모성월 신심이 엄격한 의미에서는 전례에 속하지 않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전례적 예배 행위로 간주할 만한 신심』이라며 이 신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와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마리아 신심 운동이 기적이나 발현에 치우치지 말고 전례적인 공경 안에서 올바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성모성월 신심을 위해 교회가 공식적으로 정한 전례 예식이 따로 있지는 않다. 단지 말씀의 전례 양식을 빌린 「성모의 밤」 행사나 성모님께 바치는 여러 가지 기도, 본당이나 단체별로 함께 바치는 묵주기도 등 다양한 모습으로 성모마리아를 공경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교회가 마리아를 공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성모 마리아가 구세사에 있어 차지하는 위치와 하느님께 순명한 신앙의 모범을 신자들이 따르도록 권고하고자 하는데 있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루가 1, 38)라고 했던 마리아의 자유스런 응답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선행과 기도를 통해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다.
▲ 성모성월 신심을 위한 전례예식이 따로 있진 않지만 말씀의 전례 양식을 빌린 '성모의 밤' 행사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성모마리아를 공경하고 있다.
처녀가 아이를 가져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고 십자가상의 아들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순간까지 한 어머니로서 아들의 고통에서 잠시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성모마리아는 그 고통을 통해 정화되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인류 구원 역사에 자신을 온전히 봉헌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리아의 이같은 봉헌은 수많은 믿는 이들을 위한 충분한 밑거름이 되었다.
5월 성모성월을 맞아 우리는 계절의 황홀함에만 잠길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는 성모님의 고통과 순명의 삶을 자신의 삶 안에서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